종이팩은 왜 늘 '재활용 낙제생'일까
EPR이 모든 문제 해결하진 않아
품목별 적합한 제도 고민 필요해
14% vs 83%.
13일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2021년 종이팩 재활용률은 14%, 금속캔(철캔)은 83%다. 아무리 품목별 특성이 다르다곤 해도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2010~2013년에만 해도 종이팩 재활용률은 30%대였다. 하지만 10여년 새 재활용률이 반토막이 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출고·수입량은 2010년 6만5658톤, 2012년 6만7361톤, 2021년 7만2968톤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매년 출고량이 6만~7만톤에 머물고 있는 종이팩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힘든 구조라고 평한다. 학교에서 우유 급식 등을 하던 시절에는 대량으로 폐종이팩을 회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해당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는 진단이다. 게다가 종이팩 시장 변화로 시장이 양분되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은 더더욱 어려워지는 구조가 돼버렸다.
일각에서 종이팩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아닌 다른 제도로 관리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PR은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해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종이팩은 크게 2종류로 나뉜다. 우유팩으로 주로 사용되는 살균팩(카톤팩)과 두유팩으로 쓰는 멸균팩(아셉틱 카톤팩) 등이다.
살균팩은 '폴리에틸렌(PE·인쇄면)+펄프 1+펄프 2+펄프 3+PE(내면)'로, 멸균팩은 'PE(인쇄면)+펄프+PE+알루미늄+PE+PE(내면)'로 구성된다.
종이팩은 압축과 해리 등의 과정을 거쳐 두루마리 화장지로 재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멸균팩 등이 섞인 두루마리 화장지의 경우 미세한 알루미늄 입자가 박혀있게 돼 시장 선호도가 떨어져 경제성이 낮다. 멸균팩의 알루미늄 성분과 PE코팅 수준 차이로 살균팩과 혼합 재활용이 힘들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의뢰한 '공동주택의 종이팩 회수·재활용 단계별 진단 및 개선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종이팩 재활용률은 전세계 평균보다 낮고 유럽 미국 캐나다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2018년 유럽의 종이팩 재활용률은 49%, 미국은 60%, 캐나다 53% 등이다.
환경부는 저조한 종이팩 재활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멸균팩과 살균팩 등 일반팩 분리배출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또한 올해부터 멸균팩과 일반팩의 재활용 의무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여러 대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대책들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이러한 대책들이 또다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세계적으로 EPR을 근간으로 재활용 정책이 설계되는 추세인 건 맞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하나의 제도만으로 해결되지도 않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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