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목적과 논리, 기능 다 어긋난 고향사랑e음

2023-02-13 10:51:08 게재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부 교수

고향사랑기부제가 추구하는 목적은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그리고 '건전한 기부문화'다. 이 세 가지는 목적과 수단의 연쇄로 연결되어 있다. 고향사랑기부는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것이고, 지역경제발전은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이러한 목적이나 논리가 제대로 성립하지 않는다. 사례 중 하나가 고향사랑기부 사이트인 '고향사랑e음'이다. 고향사랑기부금법 시행령 제8조 '정보시스템의 구축 운영업무를 행안부 산하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한다'는 부분을 근거로 사이트를 열고, 이를 통해 고향사랑기부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이용 절차가 어렵다거나 절차상 오류가 생긴다는 기술적 문제를 접어두더라도, 고향사랑e음 이외 다른 방법으로 기부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농협을 통해 기부를 할 수 있으나, 농협 역시 고향사랑e음에 접속해 절차를 대행해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법 제8조에 적시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정한 금융기관' '정보시스템'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그리고 '그 밖의 공개된 장소'에서의 모금을 제한하는 법의 과도한 해석이고 집행이다. 현장에서는 적극행정 감사청구나 행정소송 등을 통해서 해소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볼멘 목소리도 들린다. 또 오프라인으로 지자체에 직접 기부금을 내는 경우도 답례품은 고향사랑e음에서 선택해야 한다.

모금 제한하는 법률에 대한 과도한 해석

문제가 이렇게 다양하게 터져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행안부는 '시행 초기이니 좀 지켜보자' '기술적인 문제는 점차 해결해 나가겠다' 하면서 소극적 태도다.

한편에서는 전국 243개 지자체 간의 '불균형'을 염려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시행 초기에 나타나는 운영상 개선 문제로 파악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이는 제도의 근본 취지에도 적합하지 않고, 민간주도 성장과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윤석열정부 기조에도 전혀 맞지 않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입법 취지는 균형발전보다 지역경제 활성화가 우선이다. 고향사랑기부를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려면 답례품의 개발·생산·유통 등과 관련된 생태계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역 외로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경쟁적 기부 유치는 세금을 강제로 걷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답례품 개발과 생산·공급을 기부 수요와 연계하고, 이를 또다시 홍보까지 해야 하는 통합적 활동 흐름은 지자체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고, 전문가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웃 일본에서 40여개에 이르는 고향세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공공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바로 플랫폼 방식이라 가능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실질적이고 유연하게 운영되려면 다양한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독점 해소하고 조속한 기능전환 불가피

우리는 정보화마을사업과 연계한 전자상거래 사이트 '인빌'을 통해 정부가 시장거래형 사업에 참여하면 안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고향사랑e음을 통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고향사랑e음의 사실상 독점을 해소하고 조속한 기능 전환이 불가피하다. 또한 그 전환은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