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송석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재해연구본부장

"예측 어려운 지진, 대비가 중요"

2023-02-14 11:07:52 게재

"예측이 어려운 만큼 큰 지진에도 안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송석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재해연구본부장은 지난 9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정확한 지진 예측이 어려우니 대비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대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지구물리학을 공부하고 2014년부터 지질자원연구원에서 지진을 연구해 온 송 본부장으로부터 한반도 지진 위험에 대해 들어봤다.

■튀르키예 대지진 이후 지진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해 말 괴산에서, 올초 강화도에서도 지진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지진 위험 수준은 어떤가.

괴산 지진이 진도 4.0이 좀 넘는 수준이었고, 강화도 지진은 3.0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내륙이나 근해에서 규모 4.0이 넘는 지진이 1년에 한번 꼴로 발생하고 3.0 이상 지진은 8~10회 정도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이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지진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봐도 되나.

그렇지는 않다. 지난 2016~2017년 규모 5.0이 넘는 지진이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한 적이 있고 국내 전문가들은 6.0이 넘는 지진이 발생할 확률도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지진 위험도가 갑자기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전지대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예측이 중요할 것 같은데.

정확히 예측할 수 있으면 좋은데 사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진이 많은 일본도 그렇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올해 얼마 규모의 지진이 어디서 날 것이라는 식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관은 전 세계적으로도 없다. 그만큼 지진 연구가 어렵다. 현실적으로 일기예보를 하듯 내일 몇 시에, 규모 얼마의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은 못하지만 확률 모형을 이용해 수십 년 내에 규모 얼마 이상의 지진이 어디에서 일어날 확률은 몇 % 정도 된다는 식으로는 예측을 하고 있다. 그런데 30~50년 단위로 하다 보니 일반인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예측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이뤄지고 있나.

경주와 포항 지진 이후 우리나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투자를 많이 늘렸다. 전국적으로 단층 조사를 하고 지진 재해 연구도 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검증된 기술이 나오지 않는 게 문제다. 재정 지원도 필요하지만 결국 인력이 중요하다.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지진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는 예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자금 지원도 좋지만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신경을 썼으면 한다.

■당장 예측이 어렵다면 지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예측이 어려운 만큼 큰 지진이 나더라도 안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6.0 이상 지진에 충분히 대비가 돼 있느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렵다. 최근 짓는 건물은 내진설계를 하지만 벽돌구조의 연립주택이나 1층 필로티 구조 건물 등 여전히 취약한 건물이 많다. 원전이나 댐 등 국가 주요 시설에 대해선 지진 재해 평가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국가 전반의 시설에 대해서는 지진 대비가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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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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