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슴 설레는 해넘이, 한강 르네상스 2.0에 대한 기대
'길은 그 위를 걷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장자 莊子). 세상에서 가장 가슴 설레는 길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어디에서 출발하든 도착지는 항상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의 대성당이다. 오늘날까지 1200년이 넘게 걸었던 순례객의 목적은 모두 달랐어도 공통된 것은 그곳에서 해돋이가 시작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삶의 긴 여정을 이어가다가 방향을 잃고 길을 헤맬 때 수평선 너머 설렘 가득한 해돋이를 보고 '그래도'라는 희망을 담고 돌아가 삶의 여정을 다시 이어간다. 산티아고는 스페인 서쪽에 있는데 그곳에서 '해넘이'는 볼 수 있어도 어떻게 '해돋이'를 본다는 말을 꾸며내냐고 야단을 칠 수도 있다.
'한강에서 최고의 해넘이를 경험하게 해 관광객 3000만명이 서울을 찾도록 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구상을 듣고 산티아고에서 '해돋이' 보고 희망을 품게 하겠다는 말과 같은 것으로 이해돼 가슴이 설렌다.
서울의 최고 랜드마크이자 공간 중심인 한강은 규모와 모습, 맑기가 세계 으뜸이다. 그러나 강물에 손과 발을 담그며 멱 감을 수 있는 수변은 없고 지천과 실개천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멀리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서울의 한강은 물과의 유대감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 강을 보는 관점이 홍수가 나지 않게 해야 하는 관리 하천이고 자연성을 찾아보기 힘든 인공하천 수준이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한강
해가 서쪽에서부터 뜨기 시작한다는 역발상으로 훗날의 한강 모습을 그려본다. 유대감을 회복하는 방안으로, 한강 광나루를 피서를 즐길 수 있는 '라이프-리버, 시티-바캉스'(Life-River, City-vacation)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선사유적지, 아차산 역사문화 네트워크 등을 수영장 나루터 등과 연결한 다양한 친수 공간을 만들어 '도심 피서지'를 복원하는 것이다.
잠실·뚝섬은 '라이프 리버, 레저스포츠'(Life-River, Leisure Sports) 공간으로 수변을 경험하게 한다. 종합운동장 탄천 압구정나루 응봉산 중랑천-서울숲 수변을 다양한 수상 레저스포츠가 가능하도록 입체적인 접근체계를 갖춰 세계적인 도심 수상 레저스포츠 메카로 만든다.
노들섬에서 선유도까지 약 10km와 용산·여의도는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아트컬처 리버'(Art-Culture River)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노들섬을 아트리버 벨트의 시작점으로 만들기 위해 접근수단과 방법 자체도 예술이 되도록 한다. 수위 변화에 따라 섬의 크기와 모양이 변화할 수 있도록 하고, 9m 높이의 콘크리트 옹벽 부분도 '팝업월'(pop up wall)로 관광명소가 되도록 만든다. 기존 문화공간을 확대하고 정원을 더 넓혀 공중가로와 연계해 수변에서 공중까지 문화와 예술이 흐르도록 하면 바람직할 것이다.
세계적 도심 수상·레저·문화 메카로
마곡·상암은 다양한 '아트 엔트테인먼트 리버'(Art-Entertainment River)조성을 제안하고 싶다. 방송 영화 등 서울의 대표적인 창작문화를 주변의 다양한 문화 스포츠 공원 등과 하나의 문화띠로 엮고, 하늘·노을공원에서 입체적 문화 퍼포먼스가 가능하게 해 한강하구에 붉게 물든 물속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커다란 해를 보며 한강에서의 '해돋이'를 가슴 설레게 바라볼 수 있는 한강 르네상스 2.0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