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K·가덕도신공항, '공명지조' 될 것인가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선정된 바 있다. 공명조(共命鳥)는 불경에 나오는 머리가 두개인 상상 속의 새로,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모두 죽고 말았다.
현재 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체제로 인한 심각한 지역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국가균형발전이 핵심 아젠다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6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선정하고,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치했다. 또 지난해 열린 지방자치단체장 간담회에서 수도권에 쏠린 인구와 기업의 지방분산 요구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면서 지역불균형 해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구경북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지방소멸 위협을 받고 있는 지방의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부상했다. 지난 30년간 1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 꼴찌라는 불명예 속에 빠져있던 대구는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통해 첨단기업을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대구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부산은 2030세계박람회 유치전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가덕도신공항 건설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개발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두 지역 신공항 경쟁 아닌 상생 관계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지역 균형성장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뛰고 있는 대구와 부산이지만 최근 두개의 공항을 두고 정치권에서 불거지고 있는 논란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대구경북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은 경쟁관계가 아니다. 동반성장을 위해 힘을 모으고 도와야 한다. 자칫 경쟁이 과열돼 갈등이 심화될 경우, 또다시 과거 영남권신공항 사례처럼 지역발전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대구경북신공항은 대구경북·충청·강원 일원을, 가덕도신공항은 부울경·전남·광주 일원을 수요권역으로 설정해 수도권과 경쟁해야 하는 공항이다.
대구경북신공항은 가덕도신공항에 지장을 주지도 않는다. 13조7000억원을 100% 국가재정으로 조달하는 가덕도와 달리 대구경북신공항은 현 군공항 부지를 팔아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추진된다. 민간공항의 경우 군공항의 활주로와 유도로 등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므로, 약 1조4000억원의 국가재정 투입만으로 경쟁력 있는 물류와 여객공항을 확보할 수 있다. 양 공항이 동시에 추진되더라도 국비경쟁을 할 우려가 없다.
두 공항의 개항시기 역시 각 공항의 건설계획에 따르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개항시기는 대구경북신공항이 아닌 해상공항 특성을 반영한 공법 검토 등을 통해 결정될 사안이다. 그런데도 'TK밀어주기, 가덕도신공항 홀대'라는 주장을 하며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만 야기해 두 공항의 사업추진만 늦출 뿐이다.
동반성장 위해 함께 힘 모아야 할 때
각 지역의 백년대계라 할 수 있는 신공항 건설 추진을 위해 정부는 제도 및 정책적 지원을, 정치권은 법률 제정 및 갈등 조정 역할을 수행해야만 공명지조를 벗어나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 더 이상 상호갈등과 분열로 만시지탄하는 일이 없도록 공존과 상생의 모습을 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