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국면 속 한미동맹이 나아갈 길

2023-02-22 10:49:25 게재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한반도 정세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의 중단없는 군사력 증강은 한국과 미국의 대북 연합 억지력 증강을 명분으로 하고 있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조치와 국제규범을 위반하는 관행이 이어질수록 대북 억지와 압박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협상이 결렬된 이후 남북·북미대화는 순차적으로 중단됐다. 미국과 한국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났지만 북한은 한미 새 정부들과의 대화 기회를 찾지 않고 핵능력 고도화의 길로 치달았다. 노동당 제8차 대회(2021.1.5~12)에서 김정은이 전략무기개발 5대 과업을 제시했고 그것들이 완성되기까지 핵개발 드라이브는 지속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도 한반도 정세 전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양국 사이에 갈등적 이슈들이 협력적 이슈들보다 훨씬 크다. 북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방하기 시작했고 남은 북한을 주적으로 공식 선언했다. 오는 3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연습이 그 규모를 늘려 한반도 일대에서 실시될 예정이어서 긴장이 점점 높아질 우려가 크다.

특히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주권 침해, 평화 위협으로 간주하고 휴전선 일대나 북방한계선(NLL)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

군사적 긴장 진정, 상황관리가 최우선

이런 심각한 위기국면에서 한미동맹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그중 최우선 과제가 군사적 긴장을 진정시키고 상황을 관리하는 일이다. 북한의 핵 고도화 조치와 도발에 맞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다만 북한의 사활적 이익을 겨냥한 훈련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은 검토할 만하다. 북한이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점을 비판하고 필요시 제재를 전개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두번째 과제는 대화국면을 조성할 외교 채널 개설이다. 작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한과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이 열려 있음"을 강조하고 북한이 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대결국면의 지속은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북 압박만으로 접근할 경우 비핵화의 길은 더 멀어질 것이다. 1차 북핵 위기에서도 남북은 비공개리에, 북미는 공개리에 대화를 해 위기국면을 협상국면으로 전환시킨 바 있다.

세번째 과제는 북한의 도발을 진정시키고 대화로 나올 유인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북이 남을 제치고 국제사회, 그리고 미국과 손잡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는 북핵 30년의 교훈이다. 북한 주민의 생존을 위해서 북한 정권은 남한과 손을 잡아야 한다.

현재와 같은 위기국면에서 대화가 가능한지 회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정책결정집단은 그 다음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중동 인도·태평양을 거쳐 한반도까지 인류는 미증유의 실존적 위기에 처해있다. 동북아를 넘어 세계적 차원의 한미동맹은 지구촌의 생존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냉전식 사고와 접근 국익에 도움 안돼

냉전식 사고와 접근은 지구촌의 미래는 물론 동맹 양국의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서는 한국이 동맹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 명분과 실익 양 측면에서 유익하다. 다만 그 방향이 평화지향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