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대입 이변 만든 변수

예측보다 정시합격선 떨어진 대학들 속출

2023-02-22 11:25:20 게재

2023 대입 '이변' 만든 변수들 … '수시 합격률 변화' '서울대 교과평가' '교차지원'

2023학년 대입이 마무리되어간다. 상위권 대학의 경우 합격선이 예측보다 하락한 모집단위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 이런 양상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복합적이다.
서울대가 정시모집에서 수능점수 외에 교과평가를 반영한 첫해인 데다 수능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로 인해 교차지원이 심화되면서 계열별 수시합격률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양새다.
교차지원까지 내다본 수시지원 패턴이 생기면서 인문계열은 수시합격률이 상승하고, 자연계열은 하락한 것이다. 이는 다시 정시 합격선에 영향을 미쳤다.
2022학년 수시에서 경쟁률이 크게 올랐던 학생부 교과전형은 입시 결과가 공개되면서 지원기준이 마련돼 2023학년 수시에서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2023학년도 대입의 이변을 만든 여러가지 변수들과 주요 양상을 진학전문교사들과 함께 짚어봤다.


■2023학년 정시에서 상위권 대학 합격선이 예측보다 하락한 모집단위가 상당했다.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쳤나?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 : 선택형 수능이 도입되면서 심화된 교차지원 양상이 계열별 수시지원 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과 2023학년 수시합격 양상은 수능 선택과목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최상위권의 경우 과탐을 선택한 학생의 수시합격 비율은 낮아진 반면, 사탐을 선택한 학생의 수시합격 비율은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시에서 인문계열 모집단위로 지원하는 학생들은 정시에서 교차지원이 일어날 경우 상대적으로 낮게 산출되는 수능점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원서를 보수적으로 쓰는 모습이었다. 반면 수시에서 자연계열 모집단위로 지원하는 학생들은 정시에서 쓸 수 있는 교차지원 카드까지 고려해 공격적으로 지원하는 양상이었다. 수시합격률이 계열별로 달라진 이유다.

이로 인해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에서도 교차지원이 잘 일어나지 않는 어문계열 등의 모집단위에서 낮은 점수로도 합격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 모집단위에 지원할 학생들은 이미 수시에서 대체로 합격했기 때문에 정시에서 지원할 만한 적정 점수대 자원이 없었다.

이에 반해 상위권 자연 성향 학생들은 수시에서 의대를 비롯해 치대·약대·수의대에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수시에서 불합격해도 정시에서 교차지원을 활용해 주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수시합격률은 떨어졌고 정시에서는 교차지원을 활용하거나 지원 대학과 모집단위가 분산되면서 이른바 '빈 구간'이 생겼다. 예측했던 합격선보다 낮은 모집단위가 인문 자연에서 모두 나타났지만 원인은 계열에 따라 달랐다.

■수능 외에 서울대 교과평가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였나?

장지환 교사 : 올 정시에서 최상위권 대학 합격선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복합적이다. 앞서 설명한 교차지원을 고려한 계열별 수시합격률 변화 외에 서울대 교과평가의 영향도 컸다. 서울대 지원 가능선의 점수를 얻은 학생들은 다시 수능에 응시하더라도 그 정도 점수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정시에서 수능 이외의 평가요소가 들어가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점수가 높을수록 N수생 비율이 높기 때문에 보수적인 원서지원 성향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쟁률이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정제원 서울 숭의여고 교사 : 정시에서 정량지표인 수능과 정성평가인 교과평가 점수를 동시에 반영하기 때문에 정량지표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 이상 정성평가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울대는 수능점수 차이를 강제로 조정해 지원자 최고점과 최저점 차이를 좁혀놨다.

허준일 대구 경신고 교사 : 첫 시행인 만큼 결과를 신중히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또 2023학년 정시까지는 과탐Ⅱ과목을 필수로 응시해야 하는 서울대의 자격조건에 따른 변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과탐Ⅱ 4개 과목 3등급 이내 인원이 1700여명이고, 서울대 정시선발 인원이 900여명이라고 보면 과탐Ⅱ 과목에 응시한 인원 중 수시에 이미 합격한 비율을 50% 정도로 잡아도 서울대에 정시로 지원할 만한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이번 수능의 경우 사탐과목의 표준점수 상승으로 교차 지원이 전년 같지는 않을 거라는 예측도 있었다. 실제 2023학년 정시에서 교차 지원 양상은 어떻게 나타났나?

장지환 교사 : 교차 지원은 결국 대학별 환산점을 산출했을 때의 유불리로 결정된다. 수능 국어에서 '언어와 매체', 수학에서 '미적분'을 선택하는 경우 점수 산출이 유리해진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 다만 이번 수능에서는 탐구의 경우 사탐 변별력이 높아지면서 표준점수가 상승했고, 대학별로 변환 표준점수를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성적대별로 지원성향이 갈라졌다.

조만기 경기 남양주다산고 교사 : 전년보다 교차지원하는 그룹이 더 하위성적대까지 내려가는 모습이었다. 2022학년 정시에서는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숙명여대 선까지 교차지원이 주로 일어났다면 올해는 국민대 숭실대 단국대 가톨릭대 선까지 예년보다 교차지원이 늘었다.

정제원 교사 : '미적분'을 선택하고 인문계열 모집단위로 교차지원하는 사례는 여전했다. 정시에서 세번의 지원 기회가 있다 보니 1개군은 교차지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예를 들어 가군 연세대와 고려대 공대, 나군 서강대나 한양대 경영대, 다군 중앙대 소프트웨어학과 패턴이 상당히 많았다.

■2023학년 수시에서 교과전형의 경쟁률과 합격선은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또 교과 전형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대학이 있다면?

조만기 교사 : 상위권 대학의 교과전형 경쟁률은 작년에 비해 대부분 하락했다. 경쟁률이 상승한 대학은 연세대와 서울권 여대, 경기도 중상위권 대학 정도다. 대부분의 서울권 대학은 예상보다 높게 형성된 합격선에 대한 부담이 경쟁률 하락으로 연결됐다고 본다.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 교사 : 서울시립대의 경우 경쟁률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교별 추천인원이 4명에서 8명으로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건국대는 2022학년 수시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대표적인 대학이었지만, 입시 결과가 발표되면서 지원기준이 어느 정도 마련돼 경쟁률 감소로 이어졌다.

정제원 교사 : 2022학년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 기준이 낮거나 경쟁률이 높게 몰린 대학들은 높은 교과 합격선을 보였다.

최저기준을 낮췄던 서강대와 최저기준만 통과하면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던 중앙대 등은 공개된 합격선이 높았다.

■2024학년도 수시와 정시모집에서 고3 수험생들이 눈여겨봐야 할 점은 무엇인가?

진수환 교사 : 교과전형으로 선발하는 지역 균형전형의 추천인원 변화와 지원자격 변화, 수능 최저기준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고려대 학교장 추천 전형의 경우 2024학년에 인문, 자연계열의 수능 최저기준이 동일해지고, 졸업생은 지원할 수 없기에 입시 결과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정제원 교사 : 2023학년 대입에서도 의학 계열 외에 컴퓨터 관련 학과 선호도가 높았다.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한 학생들의 선망이 있어 컴퓨터 관련 학과에 지원자가 몰리고, 상대적으로 기초과학이나 전통적인 공학계열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덜 몰린다. 그러나 컴퓨터 전공자만 이 분야에 종사하고 개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 컴퓨터 관련 분야를 구성하는 기초과학이 함께 발전하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취업만 바라보기보다 스스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분야를 생각하며 대학에 진학하기를 권한다.

장지환 교사 : 정시 수능 위주 전형과 최저 기준을 적용하는 교과전형 확대로 수능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의약학 계열 등 선호 모집단위, 최상위권 대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반드시 수능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인터뷰에 참여한 진학 전문교사들


김기수 기자·정애선 내일교육 기자 as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