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설비 전환, 탄소차액계약제 필요"

2023-02-27 11:07:18 게재

초기 부담 높아도 장기투자 시 최종비용 연간 1조원 절약가능

기업들의 저탄소 설비투자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탄소차액계약제도(CCfDs)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탄소차액계약제도란 기업들이 저탄소 기술에 장기 투자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정부가 고정된 탄소 가격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시장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투자 유인을 높이는 게 기본 취지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2035년 전환부문 청정에너지 비중 80% 가능 =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해서는 탄소가격이 제품에 제대로 반영되는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게 필수다. 하지만 아무리 소비자들의 의지가 강해도 실제 시장에 저탄소 상품이 주류를 이루지 않는다면 선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저탄소화 설비투자에 속도를 내도록 정부가 독려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7일 정세록 사단법인 넥스트 선임연구원은 "저탄소 기술전환 투자비용은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장기간 낮게 유지되면서 기업들이 저탄소 기술을 채택하도록 하는 경제적 유인책이 불충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탄소차액계약제도는 탄소배출권에 기반해 저탄소화 전환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라며 "온실가스 배출로 지불한 금액이 저탄소화 전환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1년 한국은행에 따르면 탄소국경조정제(CBAM)가 도입되면 우리나라 수출은 연간 0.5~0.6% 감소될 전망이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저탄소 생산 구조를 만드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 구조 개편이 필수다.

27일 넥스트와 미국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가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35년까지 국내 전환부문(발전·집단에너지 등)에서 청정에너지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송용현 넥스트 부대표는 "최적 전원구성을 갖췄을 때 7년간(2015~2021년) 기상 데이터를 적용해서 분석한 결과, 연중 전력부하가 가장 높을 때와 낮을 때 모두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했다"며 "또한 분석기간 동안 재생에너지 설치 비용이 연간 5조원 추가되지만 동시에 화석연료 구입비용이 연간 6조원 감축돼 최종비용이 연간 1조원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탄소감축 투자 시 역마진 비용, 정부가 보전 논의 활발 = CBAM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유럽연합(EU)으로 수출하는 경우 해당 제품의 연계된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EU-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EU-ETS)와 연동,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제도다.

ETS란 온실가스 배출자가 배출량에 비례해 가격을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을 발행하고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서 정부에 제출한다. 기업(할당업체)마다 감축 목표량이 있고 목표량만큼 감축하지 못하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이 제도에 따라 할당 대상업체들은 자체 온실가스 감축프로젝트에 한계감축비용(온실가스 1톤을 줄이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탄소배출권 시장가격을 비교해 대응한다. 한계감축비용이 탄소배출권 시장가격보다 저렴하면 기업들은 감축투자를 진행하게 된다. 문제는 단위당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지나치게 클 경우에는 이 원리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 등지에서는 탄소차액계약제도 도입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 구체적으로 통일된 규칙 등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탄소감축 투자진행 시 역마진에 해당하는 비용을 정부가 보전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 한계감축비용이 탄소배출권 시장가격보다 높은 경우 정부가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원한다.

넥스트는 2020년 설립된 비영리 에너지 및 환경정책 싱크탱크다. 기후리스크 분석, 부문별 탄소중립 이행 로드맵 등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민-관이 함께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 최적의 이행방안과 비용과제' 토론회를 27일 오후 2시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연다.

[관련기사]
[탄소 줄이는 소비자 힘] "수리 정보,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 의무화"
'수리권' 부처선정부터 잘못돼
1930년에 생산된 낡은 선풍기 수리하기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