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스아메리카노 열풍 통해 본 청년세대

2023-03-02 10:50:34 게재
서한석 안산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청년들이 한겨울에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속도다. 추운데 아이스커피를 먹는 현상은 세계적으로 새로운 음료 문화일 것이다. 청년들은 M세대(약 28~35세)와 Z세대라고 자신들을 특화시켰다.

Z세대는 M세대와 10년정도 터울지는 나이다. 대략 18~25세정도이다. 대학입시와 사회에 진출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세계적으로 새로운 음료 문화

M세대는 직장 초년생이거나 취준생을 몇년간 준비하거나 공부를 계속하는 연령대다. 그들 가운데는 연봉 높은 직장인, 주식과 코인대박 또는 쪽박 금수저 첨단기술 창업 등등 실패 내지 성공한 친구를 둔 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 왜 아아를 찾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열을 식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Z세대가 지닌 긴장감과 혈기, M세대가 지닌 초조함 등등이 작용한다. 젊은날을 입시전쟁과 취업전쟁, 순위를 다투는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마찰열을 식힐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기 위한 성장통을 수반한 삶의 고통을 냉찜질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한겨울에도 얼음을 찾는 결기는 나름의 멋이 있기 때문이다. 추울수록 웃통벗고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용기를 내고 싶은 나이이다. 추위에 저항하며 주변 환경을 이기려는 생각들은 청년들의 특권이지만 위태로운 자신들의 처지를 항변하는 뜻도 포함된다.

청춘답게 기존 관습을 바꾸고자 하는 주인 의식을 드러내는 음료문화이기도 하다. 기성사회의 상식이나 논리가 아니라 변화를 창출하겠다는 의지의 소산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순한 소비문화가 아니라 사상적 경향으로 볼 수 있다.

셋째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카페에서는 제일 저렴한 음료라서 선택되었을 것이다. 간식음료 중 가장 저렴하기에 경제적 처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적합했기 때문이다. M세대와 Z세대는 자신들의 눈높이가 따로 있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세대갈등과 손위 사람에 대한 불손으로 비춰지는 부작용이 따르기도 한다. 인격체로의 성장은 모두 미숙과 훈숙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이 누락되면 청년 시기의 추억거리가 반감될 뿐이다.

시원하게 탈출하고 싶은 청년들

넷째는 아아가 시원 씁슬한 맛을 가진 만큼 씁쓸한 현재와 시원하게 열릴 미래의 희망을 투영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옛말에 약관 스물이면 입지(立志)라 했다. 뜻을 세우고 준비를 가열차게 하는 때에 딱 들어맞는 맛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겠다. 씁쓸한 차가운 맛은 청년의 심정을 대변하기에 제격인 셈이다.

다섯째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선호하고 있다. 커피는 스트레스 해소 음료이며 다이어트 식품이란다. 동시에 뜨겁지 않아 빨리 먹을 수 있다는 능률적인 면이 청년들을 유인한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답답하고 두려우며 할 말 많은 사회다. 청년들이 걱정없이 능력발휘하는 건강한 사회로 발전해야 한다. 그것은 품격있는 사회일 때 가능하다. 지금처럼 혼란스럽고 창피한 상황에서는 그냥 아아만 잘 팔릴 뿐이다.

커피만 잘 팔리는 사회! 아아를 선택한 청년들은 시원하게 탈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