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동병상련? 북한도 출생률 저하에 고민

2023-03-07 12:16:08 게재
조영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해 한국 합계 출생률이 역대 최저치인 0.78명이라는 사실이 발표되면서 한국 사회의 고민이 깊어졌다.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데는 주택·양육비용 부담과 결혼과 관련한 전통적인 젠더 관계에 대한 요구, 기존의 결혼 문화에 대한 부담 등이 원인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남한과 북한은 역사적으로 인구피라미드의 형태가 유사했다. 한국전쟁 당시 인구가 급감하고 베이비붐 시대를 공통으로 겪으며 인구가 늘어났다가 1990년대 이후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북한 역시 지금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 해 북한의 합계 출생률은 1.9명으로 남한에 비해서는 두배 이상이지만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생률인 2.1명에 못미치는 데다 고령화 현상도 두드러져 저출생 문제가 중요한 정책적 현안이 되고 있다.

북한의 저출생 원인도 한국과 유사하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먹고 살기 어려워진 현실에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북한 여성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었다. 여성이라면 당연히 결혼과 출산을 해야 한다고 여겼던 과거와 달리, 식량난으로 인해 여성의 가족 생계유지의 부담이 커지면서 결혼과 출산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시장의 확대와 함께 더욱 확산되었고 결혼과 출산에 따른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출산을 하더라도 자녀를 제대로 키우고 힘들지 않은 삶을 살게 하겠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자녀를 하나만 출산하려는 경향도 나타난다.

불평등한 젠더 관계가 북 출생률 저하 원인

이처럼 결혼과 출산, 자녀 양육에 대한 북한 여성의 인식 변화가 북한의 저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에 여전히 존재하는 불평등한 젠더관계 때문이다. 가정 생계 관리와 육아 책임은 전적으로 여성에게 있는 반면, 정치·경제·사회적 자원은 남성에게 집중된다. 최근 남성들의 인식이 변화한 대목들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여성상이 요구되고 가정과 직장 등에서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 당국은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하고 모성영웅제도를 만들어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여성이 겪은 부담을 인정하고 위로하면서도 여성의 어머니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다자녀를 출산한 여성에게 모성영웅의 칭호를 부여하고, 가정과 직장에서 애쓰는 여성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출산을 독려한다. 그리고 자녀를 국가와 최고지도자에 충성하도록 키우는 것이 여성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을 더욱 강조한다.

담론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다자녀를 출산한 여성에게 금메달 망치와 낫, 국가훈장 제1급을 수여하는 등 경제적 상징적 보상체계를 만듦으로써 여성의 출산 장려를 더욱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다자녀 세대에 주택을 1순위로 배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살림집법' 개정을 통해 경제적 보상을 강화했다.

사회문화적 차원에서도 남성의 양육과 자녀 교육 참여를 독려하는 담론을 만들어냄으로써 남성의 인식과 실천의 변화를 요구한다. 김정은이 딸 김주애와 함께 계속 등장하는 것도 어쩌면 과거 북한에서 볼 수 없었던 아버지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부성상을 강조하고자 하는 목적도 숨어 있을 수 있다.

여성에게만 초점 맞춘 대책 실효성 의문

이러한 남성의 변화에 대한 요구는 북한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다. 불평등한 젠더 관계 해소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저출생 문제의 해결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성의 변화에 대한 요구를 진정으로 기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남성의 양육 참여,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 제고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선전을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새로운 부성, 남성성에 대한 국가의 담론화 작업은 여성의 변화에 발맞추어 남성도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부여되고 있다는 점에서 담론의 실효성은 두고 볼 일이다.

다가오는 3월 8일 국제부녀절에 북한 당국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또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