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탄소 축산으로 미래 대비하며 수익 창출
축산농장 컨설팅을 하다 보면 "돼지는 축사에 분뇨가 적당히 있어야 잘 자란다" 라는 말을 가끔 듣게 된다. 그 이야기는 축사의 환경이 적당히 지저분해도 무방하다는 뜻일 것이다.
2021년 기준 한돈협회가 발표한 전산성적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모돈당 연간 출하두수(MSY)는 19.6두이고, 출하일령은 187일이다. 축산 선진국인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십여년 전 이미 MSY 28두 정도를 달성할 정도로 우리나라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저탄소 호응 못하는 산업 도태될 위기
홍성의 ○○농장은 비육돈 약 4700두를 사육하는 농가다. 이 농장은 실내온도 유지를 위해 전기사용량이 폭증하는 여름철 혹서기에도 봄 가을과 거의 비슷하게 온도를 유지하면서 에너지비용은 확 줄였다.
여기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알고 보면 별것 아니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말같이 쉽지만은 않다. 우선 축사의 단열이다. 단열은 인간이 활동하는 건축물을 지을 때 필수적이지만 축사의 단열은 좀 다르다. 동물은 축사 내에서 먹이활동 놀이행동 배설 등 모든 것을 해결하기 때문에 일반 건축물과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또 하나 핵심기술이 환기시설이다. 동물은 축사 내에서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므로 △저비용 온도유지시스템 △적절한 환경 △생산성 △악취방지 등을 충족하는 환기조건을 찾고 설계·시공에 반영해야 한다.
환기는 △축사주변 지형 △민원의 원인인 주거지역 등 파악 △축사구조 △공기 급·배기량 △온도유지 △계절적 요인 △돼지 연령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생체과학적인 작업이다. 특히 호흡기 질환에 민감한 돼지는 더욱 그러하다.
그 다음에 꼭 해야 할 일이 꾸준한 축사관리인데 청결은 기본이고 이런 조건이 사계절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건강한 돼지가 자라 MSY 향상으로 농가수익이 높아진다. 또한 이런 상태 유지는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 사용량 절감으로 연결되어 저탄소 축산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축산업에도 닥쳐올 미래, 미리 대비해야
농림축산식품부도 탄소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정부의 긴박한 움직임에서도 보듯 앞으로 저탄소 기조에 호응 못하는 산업의 경제활동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시련에 봉착할 위험이 크다.
예를 들어 세계적 기업인 애플 구글 테슬라 등과 삼성 현대차 SK 등이 앞 다투어 2050년까지 제품생산을 포함한 경제활동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RE100)고 공식선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산업체는 화석연료(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를 사용하면 효율성 및 이익 등에는 상당히 유리한데 왜 이런 선언들이 이어질까. 이것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살아남아야 효율이든 이익이든 산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기에 그렇다.
미래학자들은 지구는 효율성의 시대에서 회복력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역설한다. 이것은 이제 현실이 되어 세계적 기업들의 RE100 선언과 이를 위한 로드맵 발표, 이미 시작된 실천행동 등이 이를 증명하는 증거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축산업의 경우 아직 생존의 문제까지는 아닐지라도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피해가기 어려운 필수요소임을 잊지 말고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