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드레이 마르쿠 유럽기후변화·지속가능전환협의회 소장

"CBAM 시행시 EU도 수출에 영향받을 것"

2023-03-07 11:03:25 게재

중간재 가격 올라 EU 생산 완제품 가격경쟁력 떨어져

안드레이 마르쿠 유럽기후변화·지속가능전환협의회(ERCST) 소장은 "유럽은 중간재 수입이 많은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면 EU가 생산하는 완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져 수출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르쿠 소장은 2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내일신문과 만나 "유럽의 알루미늄·화학산업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CBAM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RCST는 유럽 기후정책을 중심으로 세계 기후변화정책을 연구하는 비영리단체다. 'CBAM에 대한 국제적 의견' 정책보고서를 발간해 EU에 제출하기도 했다.

■CBAM 연구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제도라고 생각하나

CBAM 핵심목표는 수입 제품도 유럽내 생산제품과 동일한 탄소배출권 가격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다. CBAM은 '탄소누출(생산 설비 등을 규제가 약한 해외로 옮기는 일)'을 늦추기 위해 추진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불완전한 도구다. 새로운 고객을 얻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는데는 이메일 한통이면 된다는 점을 잊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수입만 생각했지)수출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EU는 대부분 중간재를 수입해 온 뒤 최종재를 만들어 수출한다. 예를 들어 CBAM 시행 이후 알루미늄을 수입할 때 가격이 오르면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차량의 생산비용이 올라간다. 결국 EU에서 만든 자동차 원가가 올라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CBAM의 수출관련 보고서가 있는데 알루미늄이나 화학은 수출의존도가 높아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그렇다면 내부 물가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나

당연히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철강을 싼 가격에 수입해 올 수 있었지만 CBAM 시행으로 탄소가격이 포함되면 철강가격이 오를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철강으로 만드는 최종재도 비싸지고,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게 된다. CBAM이 시행되면 유럽의 수입이 약 10% 줄어드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은 CBAM이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어느 국가일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WTO에 EU의 CBAM을 제소할 것이라고 본다. CBAM이 지구와 환경을 살리자는 좋은 취지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해도 WTO의 자유무역에 부합할지를 두고 논쟁이 치열한 것은 사실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운용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등 정치적 이해관계도 서로 다르다.

■CBAM은 환경보호와 산업보호 중 어느 쪽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보나

EU의 공식적인 입장은 순수한 환경 문제라고 하겠지만, 산업보호까지 포함된 두가지 모두라고 본다. 실례로 톤당 5유로나 10유로 정도의 탄소배출권을 내야 한다면 기업들은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톤당 100유로를 내야한다면 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탄소가격과 기업경쟁력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CBAM을 WTO의 자유무역 원칙뿐 아니라 2030년까지 세계 탄소 순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탄소중립)파리협약과 어떻게 조화롭고 일관되게 만들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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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벨기에) =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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