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동후진국으로 폭주하려고 하는가
역대 보수정부의 공통점이라면 '반노동'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윤석열정부도 어김없이 반노동을 향해 폭주하고 있다. 건설노조를 '조폭'에 비유하고 검·경수사에 언론플레이까지 곁들여 전체 노동운동을 부패집단으로 몰아붙이는 중이다. 법을 초월해 노조 조합비 회계장부까지 들여다보려고 한다.
노조 내부의 불법과 부조리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유독 노조에만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문제다. 정치·기업·종교 등 사회 모든 영역에 불법과 부조리는 존재한다. 문제는 자정능력이다. 한국노총은 부정을 저지른 건설산업노조를 제명했고, 노동운동 혁신을 추진하는 등 자정능력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허울뿐인 노동자의 근로시간 선택권
정부는 최근 초장시간 압축노동 조장법인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발표 전 장관 스스로 노동자 건강 보호 방안이라며 강력하게 제시했던 11시간 연속휴식 부여조차도 포기했다.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1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연단위 연장노동 총량관리를 하게 되면 4개월 연속 1주 64시간을 일 시키는 것도 가능해지고, 현장에서는 주 64시간 상한제가 자리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급 발암물질로 평가받는 야간노동에 대해선 가이드라인과 실태조사 연구라는 실효성이 불분명한 대책만 나열했다. 기업들의 선의에 기대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명·안전이 보장될 리 만무하다.
노동자들은 로봇이 아니다. 인간은 특정한 시기에 과로사할 정도로 몰아서 일하고 이후에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건강이 회복되지 않는다. 노동생산성과 노동자 건강권은 서로 상승작용을 한다. 노동시간에 대해 사전예측이 가능한 규칙적인 업무환경이 보장돼야 한다. 노동자들이 건강해야 가족도 부양하고, 소비도 하고 그래야 경제도 돌아간다.
근로자대표제 개편은 노조 배제를 겨냥한 윤석열정부의 반노동 기조가 숨어 있다.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선출 및 활동이 전제되지 않고, 사용자의 개입·방해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없다면 사용자 입맛대로 노동시간이 개편되는 길만 열어줄 뿐이다.
장시간 노동을 경쟁력 삼던 시대 지나
노동시간이 곧 임금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 개선없이 노동시간 제도개편은 성공할 수 없다. 더 많은 시간 노동을 해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착취구조 속에서 정부의 노동자 선택권 존중이라는 말은 허울에 불과하다. 장시간 노동과 임금을 착취해 기업 경쟁력을 도모하는 시대는 지났음을 윤석열정부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SG 경영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고 있고, 반노동 기업은 통상과 무역에서도 설 자리가 없다. 노동자의 생존권과 생명권이 걸린 초장시간 압축노동을 조장하는 근로시간 개편방안은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한국경제는 고물가와 고금리, 수출부진 등으로 내리막이다. 국민들은 민생파탄으로 고통받고, 미래세대는 희망을 잃어가고, 경제 성장동력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안보리스크는 커지고, 기후위기를 극복할 탄소중립 정책은 현 정부 들어 후퇴했다.
윤석열정부가 최우선에 두고 해야 할 일은 시대착오적인 노동때리기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 한반도 평화 그리고 국민통합에 있다. 부디 더 늦기 전에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