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뇌전증·병역비리 137명 기소
검찰·병무청 합동수사팀, 면탈 혐의만 109명 적발
의사 게이머 프로선수 연예인 포함, 7명은 구속
검찰·병무청 합동수사팀이 뇌전증을 위장해 병역의무를 지지 않으려한 혐의로 관련자 137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과 병무청 합동수사팀은 13일 오전 남부지검 브리핑룸에서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등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고 "3개월 동안 수사를 통해 병역면탈자 109명, 브로커 2명, 병역비리를 도운 공무원 5명, 공범 21명 등 총 13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이중 브로커 2명과 병역회피 연예인 1명, 지속적으로 혐의를 부인한 면탈자 2명, 병역비리 관련 공무원 2명을 구속 기소하는 한편 범죄수익금 16억원은 추징보전했다"고 전했다.
대규모 병역비리는 지난 2009년 90여명의 프로선수들이 고의로 어깨를 탈구해 병역을 면제받아 적발돼 이중 40여명이 병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후 처음이다. 2004년에는 프로야구 선수와 유명 연예인 등이 사구체신염을 위장해 병역을 회피하다 91명이 입건되고 43명이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수사는 이번에 구속된 병역 브로커 구 모씨, 김 모씨와 같은 군 전문 행정사가 병무청에 관련 의혹을 제보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해 12월 초 합동수사팀을 꾸린 검찰과 병무청은 직업 군인 출신으로 행정사인 구씨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의뢰인과 짜고 뇌전증 증상을 거짓으로 꾸며 허위진단서 등을 발급받아 병무청에 제출하게 한 증거를 확보했다. 이어 그를 같은달 21일 구속기소했다.
수사팀은 또 구씨와 공모해 300만~6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프로배구선수 조재성씨를 비롯해 축구·승마·조정선수와 의대생, 배우 송덕호씨 등 병역 면탈자 42명, 적극 가담 공모자 5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이들로부터 구씨가 수수한 금액은 13억80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씨는 온라인 카페를 개설한 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공유 오피스를 이용, 상담을 위해 찾아온 병역 의무자들에게 시나리오에 맞춰 발작을 연기하게 하는 등 치밀하게 병역면탈을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브로커 김씨도 직업 군인 출신 행정사로 구씨와 함께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통해 병역면탈을 시도한 사람은 공중보건의, 프로게임 코치, 골프선수 등으로 뇌전증 발작 목격자 행세를 한 부모와 지인 등 포함 22명은 지난 1월 16일 병역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로부터 김씨는 2억17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에 따르면 병역면탈자 대부분(96명)은 현역(1~3급) 또는 보충역(사회복무요원) 처분을 받자 병역처분변경을 통해 병역의무를 지지 않으려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초의 병역판정검사와 입영 전 실시하는 입영판정검사에서 뇌전증을 가장해 면탈을 시도한 경우도 8명이나 됐다.
수사팀은 또 수사 과정에서 서울 서초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구씨와 짠 뒤 우울증을 내세워 근무부적합 판정을 받아 병역을 완전히 회피하려 한 래퍼 나플라(본명 최석배)와 이를 도운 병무청·서초구청 공무원 2명을 지난달 22일 구속하기도 했다.
두 차례 집단 기소를 진행한 수사팀은 13일 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한의사와 전 대형 로펌 변호사가 포함된 병역면탈 관련자 60명, 연예기획사 대표 등 병역비리 관련자 7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병역비리 수사는 검찰의 직접수사와 수사지휘를 바탕으로 병무청 특별사법경찰과 합동으로 단기간에 대규모 병역면탈과 병무행정의 구조적 비리를 밝혀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병무청은 이번 수사 결과를 토대로 △정밀한 병역판정검사 체계 구축 △병역면탈 추적관리 및 모니터링 강화 △특사경 직무범위 확대 및 병역면탈 조장 정보 단속 강화 △공정한 병역이행 문화 확산 등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병역면탈 방지 종합대책을 밝혔다.
한편 지난 1월 27일과 이달 10일 남부지법에서 진행된 재판에 각각 출석한 구씨와 김씨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모두 인정한다"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10일 재판에서 검찰은 병역면탈 혐의자와 공범 17명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해 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