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출산율 0.59명' 위기극복, 난임부부 지원부터
'모든 걸 다 바꾼다'는 각오로 저출생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첫번째로 난임부부와 미혼여성, 난임치료 전문가 등과 만나 난임과 관련한 현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가졌다.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주제였음에도 각자가 처한 사정과 경험을 하나둘 꺼내놓자 눈물과 웃음, 공감과 격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참석자들은 "(저출생이 심각한데) 막상 난임병원에 가보면 인생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매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경제적 부담까지 더해져서 너무 힘들 것 같다" "아이를 갖고 싶은 간절함은 있지만 (난임시술)이 계속되다 보면 돈 때문에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혼이지만 장래에 아이를 낳을 준비가 된 사람들을 위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절절한 사연들을 쏟아냈다.
서울시가 이렇게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와, 임신·출산을 염두에 두고 가임력을 보존하려는 미혼여성 등을 위한 '오세훈표 난임 지원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현재 중위소득 180% 이하에만 지원하고 있는 난임 시술비 지원의 소득기준과 시술별 칸막이를 폐지해 모든 난임부부에게 더 많이 지원하고, 전국 최초로 난자 냉동 시술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전국 최초 난자 냉동 시술비 지원
난임 시술이 늘면서 증가하고 있는 고령 산모와 다태아(쌍둥이)의 건강을 위한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출생아 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서울시 0.59명)로 대표되는 초저출생 위기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이다.
아이를 낳겠다는 의지가 있는 분들부터 확실하게 지원해 생명 탄생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실제로 작년에 태어난 출생아 10명 중 1명이 난임 시술을 통해서 태어났다. 2021년 연간 출생아 수가 약 26만 명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한 난임인구도 이와 비슷한 25만명 정도였다.
소득기준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했던 맞벌이 부부나, 시술별 횟수 제한에 걸려 더 많은 시도를 하지 못했던 난임부부들이 새롭게 지원을 받아 단 한명의 생명이라도 더 탄생할 수 있다면 의미있는 투자가 될 것이다.
이번 대책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시작하는 '난자 냉동 시술비 지원'이다. 최근 결혼 연령이 올라가면서 미혼 여성들 사이에 난자 냉동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현재는 회당 200만~500만원의 큰 비용을 전액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금 당장 아이를 낳지 않더라도 미래에 임신·출산을 희망하는 30~40대 여성들에게 첫 시술비의 50%, 최대 2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미혼 여성도 지원 대상이며, 20대도 난소기능 저하로 인한 조기폐경의 가능성이 있다면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시의 이번 난임 지원 확대 계획은 저출생 국면을 헤쳐나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다만 이번 대책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와 조례 개정 같은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조례개정 등 사전절차 신속 이행돼야
서울시는 최대한 빨리 사전 절차를 완료해 더 많은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저출생은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얽혀 나타난 현상인 만큼, 우리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