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규정' 외면 … 1년 가까이 무력화

2023-03-31 12:18:54 게재

국회규칙 제정 회피, 사적 이해관계 변경등록 차단

의원들 강한 거부 … "과도한 침해" "딸이 반대하면"

참여연대 "국회 직무유기, 입법부작위 헌법소원"

국회의원들이 이해충돌방지법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법에서 위임해준 사적이해관계에 대한 변경 등록 절차, 공개,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법인이나 단체, 지식재산권, 주식매수청구권 신고 의무 등에 대한 규칙을 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는 사적이해관계 등록만 하고 변경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마무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사적이해관계 공개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윤리위 전체회의 | 30일 오전 열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변재일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31일 국회 사무처는 "국회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규칙안은 정개특위로 회부되었으며, 2023년 1월 25일에 소위원회를 열고 축조심사를 했으나, 해당 내용에 대한 의원들 의견수렴 등이 필요하여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고 했다.

국회법이 2021년 5월 18일에 개정돼 이해충돌방지조항을 넣었고 국회 규칙으로 세부 사안을 규정하도록 했으나 2년 가까이 지난 상황에도 규칙은 계류 중이다. 애초 규칙안은 지난해 5월 19일에 시행하도록 제출됐다. 시행 예정일로부터 1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반 공직자보다 가혹" = 가장 최근에 논의된 올 1월 25일 정치개혁특위 소위 회의록을 보면 박태영 수석전문위원은 국회 이해충돌방지 규칙안을 자세하게 설명했고 이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여러 시민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있어 좀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이라면서 "국회의원의 가족이기 때문에 사적 영역 아니면 본인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하면서 취득하거나 여러 가지 재산 등 활동 내역 등에서도 같이 동반해서 규제를 받아야 되는 부분은 한번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공직자의 경우 (직계존비속 사적 이해관계 등록) 고지 거부를 할 수 있거나 또는 제외를 할 수 있거나 이런 여지가 많은 데 비해서 우리는 모조리 고지해야 된다"며 "일반 공직자의 경우에는 강요하지 않는 규정을 선출직 공직자에게 굳이 강요하는 것은 형평의 문제가 있고 또 실효성의 문제도 있다. (재산공개 의무 등은) 과도한 침해의 소지도 있다"고 했다. 최 의원은 "생계를 독립적으로 유지하는 비속이라든가 이런 경우에까지, 어떻게 보면 우리는 아무것도 도와준 것도 없는데 샅샅이 공개해서 개인정보라든가 이런 것을 노출할 수가 있느냐라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홍형선 국회 사무차장은 "국회 이해관계 등록사항이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확대돼 있다"며 "국회의원의 경우 가혹하게 직계존비속까지 포함되는 것은 국회법 사항"이라고 했다.

소위원장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다 큰 출가한 딸자식들이 (사적 이해관계 등록이나 공개를)반대하면 어떡하냐"며 "교섭단체별로 의원들의 의견도 수렴해야 될 필요가 있겠고 분명히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시급하다"면서도 = 국회 이해충돌방지 규칙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실제는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다. 전재수 소위원장은 "지금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국회법의 위임 또 시행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국회규칙이 제정되지 아니함으로 인해 이 법 시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시급한 측면이 있기는 있다"며 "빨리해야 되는 시급성이 있다"고 했다.

홍형선 차장은 "등록만 해 놓고 변경등록이나 정보공개나 이런 것들은 제대로(안되고 있다)"고 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국회법은 사적 이해관계, 특히 변경등록이나 이해충돌 신고의 기준과 절차에 관한 세부사항, 정보공개 등에 관한 것을 국회 규칙으로 위임하고 있지만 국회 규칙이 마련되지 않은 결과 변경등록 등 해당 업무 수행이 불가한 상황으로 돼 있다"며 "이해충돌 방지제도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국회 규칙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5월 30일 시행한 국회 이해충돌방지 규칙안을 보면 국회의원은 △재직하거나 재직했던 법인과 단체 △관리·운영했던 사업 △대리, 고문·자문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했던 법인과 단체에 대해 이름, 설립목적, 소재지, 대표자, 근무기간, 직위(직급), 주요 업무내용 등을 자세하게 신고해야 한다. 추가 등록할 사적 이해관계 기준으로 '주식 총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30% 이상, 출자지분 총수의 30%이상, 자본금 총액의 50%이상인 법인·단체'가 들어갔다.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지식재산권과 주식매수선택권도 신고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본인에 대한 내용들은 정보시스템에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참여연대는 입법부작위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국회가 규칙 제정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국회에 도입된 이해충돌방지제도는 개점휴업 상태로 무기한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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