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개설 병원·약국 올해 2천억원 환수결정

2024-09-23 13:00:03 게재

14년간 누적 부당청구액, 3조4천억원에 달해 … 93%는 못 받아 내

불법적으로 개설된 ‘사무장 병원’ ‘면허대여 약국’ 등에 대한 환수가 결정된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만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은 징수하지 못했다. 환수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 약국이 재빠르게 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며 압류를 피하는 데 비해 경찰 수사는 평균 11개월에 이를 정도로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하자는 제안이 설득력을 가진다.

의대증원 관련 의정간 대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병원 약국 불법개설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떠오른다. 올해만 회수결정액이 2000억원에 이르지만 회수 가능성은 낮다. 사진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진료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해운대구을)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지난 7월까지 불법개설기관 30곳을 대상으로 환수하기로 결정한 금액이 2033억7700만원이었다. 지난해 전체 환수결정액인 1878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체 금액 중 사무장 병원 등 불법 개설 의료기관 28곳의 환수결정액이 1313억3300만원으로 64.6%를 차지했다. 약국 2곳의 환수결정액은 720억4400만원이었다. 7월 기준 공단이 환수를 결정한 후 실제로 징수한 금액은 152억6700만원으로 징수율은 7.5%에 그쳤다. 나머지 1881억1000만원(92.5%)은 징수하지 못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 등을 고용해 그 명의로 운영하는 병원이다. 면허대여 약국은 약사법상 약국을 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사 등을 고용해 운영하는 약국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적발한 불법개설기관에는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아이를 물에 담가 질식사시킨 산부인과와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산삼약침’ 등을 영업하며 선결제 진료비를 챙긴 후 잠적한 한방병원 등도 포함됐다.

건보공단은 수사기관에서 불법 개설 혐의가 인정된다는 수사 결과를 전달하면 해당 기관에서 청구한 진료비 등을 일단 지급 보류하고 나머지 금액은 환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4년(2009년~2023년 11월)간의 환수결정된 3조4000억원 가운데 징수된 금액은 약 2300억원(6.9%)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나머지 93%에 해당하는 3조1700억원은 아직까지 징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관련해서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이 건보공단 안팎에서 제기한 지 오래됐다. 특사경을 도입해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하면 수사 기간이 3개월 가량으로 줄어들어 회수 가능성도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김 의원은 “재작년부터 불법개설기관 대상 환수 결정액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징수율이 매우 낮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상황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건보공단 특사경을 도입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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