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업·이권다툼'으로 진화하는 외국인 범죄

2023-04-03 12:01:26 게재

경찰청, 7월 2일까지 3개월간 국제범죄 집중단속

불법체류자 41만1270명 … 피의자 수 3만4511명

"피해 신고하면 불법체류 사실 통보 의무 면제"

지난해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 수가 처음으로 4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경찰이 이들을 노린 범죄 등 국제범죄 집중단속에 나선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체류 외국인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추세에 따라 7월 2일까지 3개월간 국제범죄 사범을 집중 단속한다고 3일 밝혔다.

경찰청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체류 외국인 수는 총 41만1270명으로, 처음으로 40만명을 넘어섰다. 불법체류자는 전체 국내 체류 외국인의 18.3%를 차지했고, 외국인 피의자 수도 3만4511명에 달했다.

중점 단속 분야는 △출입국사범·불법외환거래 등 시도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의 주요 수사 대상인 전문범죄 △강도·폭력, 투자사기, 도박 등 체류 외국인의 각종 일반범죄 △범죄단체·집단 구성 등 조직범죄 등이다.

최근 외국인 범죄는 국가·지역별로 점조직화해 마약류, 도박장 등 불법 사업을 운영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고 세력·집단 간 이권 다툼 범죄도 발생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실제로 2021년 경기 화성시에서 불법 마약 시장 이권을 놓고 경쟁하던 상대 조직원을 집단 폭행한 구소련권 마약 조직원 79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경남경찰청이 지난 1월 향정신성 의약품인 툭락(엑스터시 일종)과 케타민을 초콜릿 완제품 등으로 위장해 국내에 밀반입한 뒤 재판매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외국인 A씨 등 26명을 구속하고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한 마약류. 사진 경남경찰청 제공


◆외국인 마약사범 증가세 지속 = 마약 범죄는 외국인 범죄 중 사회적 관심이 가장 집중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살인, 강도, 폭력 등의 외국인 범죄는 꾸준히 감소한데 반해 마약류 범죄는 증가했다. 2018년 500명대였던 외국인 마약사범은 2019년 1092명, 2020년 1466명, 2021년 1673명, 2022년 1757명으로 크게 늘었다. 경찰은 캐나다, 미국, 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마약류인 대마를 합법화해 체류 외국인들의 경각심이 저하됐고, 텔레그램 등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로 범죄가 가속화된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지난 1월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해외로부터 향정신성 의약품인 툭락(엑스터시 일종)과 케타민을 국내로 밀반입해 재판매하거나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외국인 A씨 등 26명을 구속하고 1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네덜란드 현지에 있는 마약 공급자로부터 툭락과 케타민을 시중에 판매되는 초콜릿 완제품으로 포장하거나 커피 봉투와 영양제 등에 숨겨 국제택배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마약과 판매 수익금 1800만원도 압수했다. 경찰이 압수한 마약은 툭락 2만5500정, 케타민 2.5㎏ 등 약 33억원 상당으로 약 3만3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들은 SNS를 통해 주문받고 지정된 곳에 마약을 놓고 가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일명 '던지기' 수법을 이용했다. 이번에 적발된 40명 중 35명은 외국인으로, 이 중 22명은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이들은 같은 국적의 지인들을 마약 판매와 투약에 끌어들였으며 구매자는 대부분 노동자나 유흥업 종사자였다.

◆차량 번호판 위조 등 신종 범죄도 = 조직적으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5월 경기남부경찰청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비닐하우스를 임대해 베트남 전통 도박인 '속띠아' 도박장을 개설한 베트남인 B씨 등 5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총책과 모집책, 망을 보는 '문방' 등으로 역할을 나눠 도박꾼들을 끌어모아 도박장을 운영했다. 특히 경찰이 검거한 도박장 이용자 35명 중 15명이 불법체류자였다.

마약·도박 등 전통적 범죄 유형에서 벗어난 신종 범죄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충북경찰청은 마약사범을 검거하면서 외국인 위조 번호판 판매조직의 존재를 파악하고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3개월여 수사 끝에 지난해 9월 위조 번호판을 태국에서 제작해 국내로 밀수입한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위조된 차량 번호판 126세트를 청소용품이나 의류품으로 위장해 국제택배로 국내로 들여왔다. 그리고는 SNS를 통해 국내에 불법체류중인 태국인 113명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작비용은 1만3000원인데 이들은 한 세트당 45만원을 받고 판매, 5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외국인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도 = 경찰은 단속 기간 중 외국인 집단범죄 발생 시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사건 발생 초기 단계부터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또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통해 범죄수익금이 조직 자금원으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고 인터폴 국제공조 등으로 배후 세력을 파악할 예정이다.

또한 경찰은 외국인 범죄의 주 표적이 불법체류 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들이 강제 출국 우려 없이 피해 신고할 수 있도록 '통보의무 면제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통보의무 면제제도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경찰에 범죄 피해를 신고하면 신고자의 불법체류 사실을 법무부에 통보해야 할 의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경찰청은 "국제범죄 신고 시 신고보상금을 지급하고, 신고자의 신원은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으니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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