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국타이어 화재사고 후폭풍 거세

2023-04-11 10:39:34 게재

지역주민 보상·대책 요구

협력업체 노동자 권고사직

화재원인 한달째 오리무중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가 발생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좀처럼 수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화재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주민들 피해보상과 대책마련은 논란을 거듭하고 있으며 그 사이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

대전 대덕구와 한국타이어, 지역 주민대표들은 10일 오후 대덕구 목상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한국타이어 화재 피해의 조속한 치유를 위한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최충규 대덕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타이어가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자세로 피해보상 등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적정한 보상안 등 도의적·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최 대덕구청장은 지난 3일부터 사흘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체계적인 피해보상의 조속한 이행과 향후 공장이전을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날 연석회의엔 목상·신탄진·덕암·석봉 등 4개 동 주민대표들과 인근 소상공인 대표 등이 참석, 한국타이어측에 각 지역·업종별 구체적인 피해상황과 요구안을 제시했다.

주민들의 요구는 피해보상과 대책마련 크게 2가지다.

우선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다. 대덕구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까지 한국타이어에 접수된 개인별 피해건수는 1117건이다. 기관지 등 신체피해 775건, 실내오염 177건, 영업손실 97건, 차량피해 37건, 농작물피해 31건 등이다. 여기에 인근 아파트 단지별로 청소, 공기순환필터 교체 등 집단적 피해도 제기됐다.

병원치료비 등 눈에 보이는 피해에 대해선 보상이 진행되겠지만 문제는 피해를 접수하지 못한 주민과 정신적 피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다.

송활섭 대전시의원은 "피해접수를 제대로 못하는 고령층이나 나중에 증상이 나타나는 주민의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인근 지역 주민이 5만여명인데 영수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보상한다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기부 등을 통한 기업의 지역환원도 한 방법으로 제시됐다.

이날 연석회의에 참석한 한국타이어측은 15명으로 특별팀(TF)을 구성해 현재 피해접수와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 마련은 더욱 쉽지 않다. 이미 많은 주민들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공장은 당초 문을 연 1979년만 해도 인근에 논 등이 위치한 도시 외곽에 있었다. 하지만 대전 도심이 커지면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등 급격한 변화를 거쳤다. 또 공장 바로 옆에 KTX 경부선과 경부고속도로가 위치, 화재가 날 때마다 운행이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선 대전에서 가장 큰 제조업체인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이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제조업이 취약한 대전 상황에서 공장 이전은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악취와 미세먼지 등을 제어할 친환경시설과 화재 재발을 막아줄 시설을 갖춘 새로운 공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 참여 속에,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공장으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다.

피해보상 등을 둘러싼 논란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화재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13일 현장감식을 예고하고 있지만 실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화재가 발생한 2공장의 붕괴위험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엔 방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주장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화재사고 수습이 지체되고 있는 사이 고용문제도 서서히 지역사회를 압박하며 또 다른 불씨를 키우고 있다. 대전공장 소속 협력업체들은 지난 7일부터 직원 260여명을 대상으로 권고사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고용안정협의체를 구성해 고용유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덕구 관계자는 "이번 연석회의를 시작으로 상황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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