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배워야 할 교훈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영토를 점령하는 과거의 전쟁이 되살아났다. 지정학과 세력균형, 민족감정이라는 해묵은 문제를 끄집어냈다. 이웃 국가 사이에 영토와 역사가 얽히지 않는 민족과 나라는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키이우(키예프)를 모태로 한 국가이지만 남북한처럼 민족이 적이 되면서 더 적대적이 됐다.
전쟁 원인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린다. 나토 동진과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책에 따른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협과 젤렌스키의 리더십을 꼽는 시각이 있다. 한편에서는 러시아의 팽창주의와 푸틴의 리더십을 지목한다.
지정학적으로 분석하면 자연적 장애요인이 없는 러시아는 완충지대를 이용한 긴 종심이 필요하다. 얄타회담에서 "역사적으로 폴란드는 침략하는 세력들의 회랑지대였다"라는 스탈린 표현처럼, 푸틴이 아니더라도 일어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핵무장을 포기하고, 동맹이 없어서 침략을 당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핵을 보유한 중·인도, 중·소 간에도 국경분쟁이 있었다. 냉전시대에 미소는 대리전을 통해 전쟁을 했다. 지금도 대리전 성격이라고 본다면,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에만 가입하고 군사적 완충지대로 남았다면 전쟁을 피했을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의 피해와 이익
전쟁은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으로 국가와 지도자의 존망을 가른다. 나폴레옹과 히틀러는 러시아(소련) 침공 실패로 몰락한다. 낙엽이 지기 전에 러시아를 격퇴시킬 것이라고 했던 빌헬름 2세의 독일은 1차세계대전으로 번진 장기전 끝에 패망한다. 몇달이면 완료될 것으로 확신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소비에트연방 해체의 서곡이 된다.
지금 미국은 세계 패권전략 측면에서 소탐대실 상황이다. 키신저는 6.25전쟁에서 맥아더의 38선 진격으로 중국의 개입을 불렀던, 군사적 승리에 집착한 상황을 비판했다. 브레진스키는 러시아와 중국이 밀착하는 상황을 경고했다. 중·러를 서로 견제시켰던 대전략이 무너졌다.
러시아는 침략국가라는 불명예를 얻고 제재를 받았다. 우크라에 있는 러시아계 민족 자결권 요구는 전쟁을 통한 현상타파에 비하면 명분이 부족하다. 지금은 주변 중립국까지 나토에 가입하는 더 나쁜 지정학적 상황이 전개됐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현재 피해는 국토가 파괴되고, 탈출 난민은 800여만명이며 국내 난민이 700여만명이다. 강대국은 종전을 강요할 것이고, 우크라이나는 잘해서 잃었던 땅을 되찾아도 골이 깊어진 친 러시아계 주민은 국민화합에 큰 장애요소가 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관심이 러시아로 가는 동안 잠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 중재처럼 종전을 중재한다면 국제적 위상이 올라갈 것이다. 러시아가 위안화를 지불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국제 무역금융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는 국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재 늘어나는 무기수출 증가는 '강 건너 불구경' 상황에서 얻은 작은 이익이고,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는 '발등의 불' 상황인 큰 손실이다. 러시아는 이미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삼성과 현대차 등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인 국내 가전·자동차 업체들은 대러시아 제재 이후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대부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지금 세계는 긴 코로나19 상황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공짜점심은 없다'는 격언처럼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을 '국빈' 초청한 것은 의도가 있을 것이다. 미국은 당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목표겠지만, 한국은 긴 안목에서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우크라전쟁 타산지석 삼는 담대한 구상을
정부에서 스스로 결정한 '살상무기 제공 금지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정부에 직접 탄약이나 전투장비 제공을 합의한다면 러시아와 적대국이 될 수밖에 없다. 민간인 살상 명분은 지원을 위한 핑계가 될 수 있다. 전쟁에서 민간인 피해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고, 우리의 포탄이 민간인을 해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방미를 통해 인플레감축법(IRA), 대중 반도체 제재 등에도 한국기업이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실익을 내도록 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도 우크라이나전쟁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담대한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