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정보인권의 헌법화가 필요한 이유
1987년 현행 헌법으로 개헌이 된 이후 36년간 우리 사회는 실로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그중 대표적인 변화는 '정보사회로의 급진전'일 것이다. 1987년 개헌 당시는 컴퓨터도 별로 보급되지 않았고, 인터넷도 보편화되기 전이며, 스마트폰 인공지능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정보사회에서 권리(정보인권)에 대해 알지 못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헌법으로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정보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새로운 정보인권들은 헌법에 명시적인 규정없이, 헌법재판소 등 법원의 판례를 통해 권리로서 인정되고 있다. '알권리'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관한 헌법조항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관한 헌법조항에서 각각 도출하는 식이다.
결론부터 말해서, 필자는 우리 사회의 '정보사회로의 급진전'이라는 사회변화를 헌법에 반영하고 정보화에 따른 새로운 환경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정보 관련 기본권들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헌법상의 기본권 목록에 정보인권 조항을 명시적으로 신설하는 개헌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정보화시대 이전 헌법으로 정보사회 살아
그럼 우리 정보사회에서 새로이 출현한 정보인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알권리다. 현행 헌법 상의 언론·출판의 자유는 정보를 전달하는 권리를 명시할 뿐이고, 정보를 수집하는 권리인 알권리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알권리란 헌재에 의해 '의사형성을 위해 필요한 정보에 접근·수집·처리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된다. 이러한 알권리의 특징은 그 법적 성격이 '복합적 권리'라는 점이다. 알권리가 정보수집·취재활동에 대한 간섭의 배제를 요구하는 권리라는 측면에서는 '자유권'이고, 개인이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 등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할 때의 알권리는 정보공개를 위한 '청구권'이 된다.
둘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다. 이것은 '자기에 관한 개인정보에 대해 열람·정정·사용중지·삭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된다. 이때 '개인정보'란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다.
헌재는 '개인정보'가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이나 사사(私事)의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으며 공적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도 포함한다고 판시해 '개인정보'의 범위를 넓혀 놓았다.
사이버 공간 등에서의 새로운 유형의 인권침해 문제와 디지털화된 개인정보의 수집·처리·확산에 따른 위험이 점증하면서, 본인 스스로 자신과 관련된 정보의 열람·정정·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이미 우리 정보사회의 가장 중요한 인권이 되었다. 현행 헌법 상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소극적인 권리만으로는 개인정보 접근에 대한 제대로 된 통제가 불가능하게 된 지 오래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헌법에 시급히 신설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정보문화향유권이다. 이것은 지식과 정보, 문화콘텐츠에 대한 접근과 이용의 자유와 함께 이러한 접근과 이용을 국가와 사회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개인의 청구권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일종의 정보문화과정 접근권인 셈이다.
새로운 기본권으로 신설하는 게 바람직
정보인권을 우리보다 앞서 헌법에 규정한 독일 스위스 등 주요 외국의 헌법들에서 알권리는 언론·출판의 자유나 사상의 자유와 연계되어 규정되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연계돼 규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보인권 조항을 헌법에 신설할 경우, 우리는 외국과 달리 언론·출판의 자유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조항과는 별도로 독립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새로운 기본권 신설의 취지에 비춰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 신설조항 속에서는 알권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정보문화향유권 같은 새로운 정보인권들이 구체적으로 망라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정보인권의 주체는 '국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은 알권리를 가진다"는 식으로 '모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정보인권은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권리, 즉 '인권(人權)'이기 때문이다. 정보인권의 헌법화가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