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한국전쟁 10대 영웅 선정 유감
며칠 전 한국전쟁 10대 영웅이 선정되었고 이분들의 이름이 뉴욕 스퀘어가든 전광판을 하루에 680회 이상 계속 방영되었다. 물론 이분들을 선정한 것에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을 것이다. 전장에서 쓰러져간 많은 분들이 전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점에서 소중한 영웅들이다. 그런데 열분만 선정한다면 엄격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열분의 성함을 보고 나서 맥아더 장군이 테이어상을 받기 위해 웨스트포인트에 가서 생도들에게 했던 '의무 명예 나라(Duty Honor Country)' 연설을 떠 올렸다. 문장이 다소 길지만 전문직업군인이 명심해야 할 내용이 다 들어 있다. 그 연설문 속에 이런 말이 있다. "전쟁에 있어 승리를 대신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군인에게 있어 판단 기준은 전쟁에서의 승리다." 다시 말하면 영웅을 선정함에 있어 판단 기준은 승리라는 뜻이다.
국가보훈처가 영웅을 선정하면서 과연 한국전쟁의 전체 흐름을 제대로 고려해 평가했는지 의문이다. 선정된 분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거나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백척간두에 섰던 나라를 구했던 진정한 대표 영웅인가 하는 점에서 의문이 든다.
진정한 영웅은 워커, 스미스, 김종오 장군
밴플리트 장군의 경우 아들이 실종되고 육사를 설립한 것은 맞다. 그러나 밴플리트가 어떤 전승을 거두었는지는 확 와닿지 않는다. 1951년 5월 15~22일 중공군 공세시 현리전투에서 3군단이 해체된 것 때문에 유재흥 장군을 비난하지만 이는 밴플리트의 과오다.
오마치(五馬峙, 오미재)는 미10 군단에 배속된 한국군 7사단 관할 구역이었다. 3군단은 오마치가 결정적 퇴로였기에 병력을 배치했으나 10군단장 알몬드가 남의 구역을 침범했다고 난리를 쳐서 무방비상태가 됐다. 양 군단 전투지경선을 획정한 것은 군사령관이었고 군단 간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군사령관이 조정해 주어야 한다.
오히려 워커 장군이나 미 해병 1사단장 올리버 스미스 장군의 공적을 우리가 더 현양하고 기억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워커 장군은 낙동강 방어선과 북진 전투에서 한국을 지켜낸 장군이고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의 아들도 참전했다. 워커힐에 이름이 남아 있다.
스미스 장군은 장진호 전투에서 미 해병1사단이 완전히 포위된 상황에서 악전고투 끝에 부대의 건재를 유지하면서 철수작전을 지휘했고 전우의 시신과 부상자를 혹한 속에서 같이 철수한 역전의 용장이었다. 패전이나 다름없는 공황상태에서 부대를 질서있게 후퇴시키는 작전은 상륙작전 다음으로 어려운 작전이라고 용병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정한다. 장진호 전투의 악전고투는 '초신 퓨(Chosin Few)'라는 참전전우회 명칭에서도 보이듯이 수많은 사람 중에 얼마 살아남지 않은 생존자라는 뜻이다. 초신은 장진호의 일본어 발음이다.
그에 대한 기록은 '조국과 부대를 위하여: 올리버 스미스 장군의 생애(For Country and Corps: The life of Oliver P. Smith)'라는 전기에 아주 잘 묘사되어 있다. 이 책은 외손녀 게일 B. 시슬러가 외할아버지 의자 뒤에 걸린 한국전 장진호전투 지도를 보고 외할아버지의 생애를 추적해 쓴 기록이다.
또 추가되었어야 할 분은 김종오 장군이다. 김 장군은 6.25 직전 1949년 사직리에서 북한군 2개 중대를 섬멸했고 6.25 당일에는 춘천을 지킨 6사단장으로서 공산군의 진격을 좌절시켰고, 무극리 전투에서 15사단 48연대를 궤멸시켰으며, 반격작전시 희천과 초산을 점령해 태극기를 휘날렸다. 9사단장으로서 백마고지에서 혈전을 벌인 김 장군이 아니었다면 6.25 전쟁의 전승사가 초라할 뻔했다.
김종오 장군에 대해서는 맥아더 동경사령부에 연락장교로 파견되었던 고 김정렬 전 총리도 "6.25 당시 누가 가장 뛰어났습니까?"하고 질문했을 때 "인품도 훌륭하고 전쟁도 잘하는 것을 보고 김 장군에게 감동을 크게 받은 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영웅의 선정기준은 전승에 기반해야
아마 보훈처도 열분을 선정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했을 것이다. 각 군 대표, 한미연합작전 기여 등.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영웅의 기준은 전승의 공적이 누가 더 큰가로 결정해야 한다. 군인에게 있어 승리를 대신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