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이과 교차지원 사실상 어려워

2023-05-02 11:08:09 게재

2025학년대입 전형 분석 결과

특정과목 가산점 극복 불가능

올해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입전형'에서 일부 대학이 문·이과 통합을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선택과목 지정을 폐지했다. 하지만 문과생이 자연계열 최상위권 대학·학과에 합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연세대 등 17개 대학이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교육부가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서 수능 필수 선택과목을 폐지하기로 했다. 건국대·경희대·광운대·국민대·동국대·서울과기대·성균관대·세종대·숭실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등 서울권 13곳, 아주대·인하대·한국항공대·한양대 에리카 등 수도권 4곳 등이다.

현재 문·이과 구분은 교육과정에선 공식적으로 없어졌고 문이과 통합수능이 치러진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각 대학의 선택과목 지정으로 수학에서 '확률과통계'를, 탐구영역에서 '사회탐구'를 선택한 학생을 문과생으로 구분한다. 반면 '미적분·기하'와 '과학탐구'를 선택한 학생을 이과생으로 분류한다.

◆문과생 의대 진학 쉽지 않다 = 그동안 문·이과 통합형 수능은 수학 점수가 높으면 대입에 유리해 문과생이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일부 대학은 2025학년도 자연계열 모집 시 수학 선택과목 지정을 없애 문과생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소식에 '문과생도 이제 의대 간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이 '가산점'을 적용하고 있어 합격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회는 주지만 합격은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연세대는 수학이나 탐구를 지정하지 않았지만 문과에서는 사회탐구, 이과에서는 과학탐구 과목에 가산점을 각각 3%씩 부여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실제로 미적분의 표준점수가 높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가산점까지 주게 되면 확률과 통계 선택자의 불리함이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미적분과 기하 응시자에게 3%의 가산점을 준다면 수험생들에게 극복 가능한 수치로 보여 경쟁률은 높아질 것"이라며 "하지만 극복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세대의 경우 인문사회계열은 사회탐구, 자연계열은 과학탐구 응시자에게 각각 가산점(3%)을 부여한다. 문과→이과 또는 이과→문과 교차지원을 차단한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수학 가중치도 기존의 33.3%에서 25.0%로 축소했다.

서울시립대는 3%, 경희대는 과목당 4점의 가산점을 각각 부여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연세대·경희대·서울시립대는 사탐에도 가산점을 부여해 사실상 '문과 침공'도 막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문과생의 이과 지원은 주요대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문·이과 통합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정시 인문사회계열 합격자의 44.3%는 이과→문과 교차지원자인 것으로 분석됐고, 이 비율은 2023학년도 51.6%로 높아졌다.

◆학폭 처분 기록 반영도 구체화 = 또한 각 대학들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처분 기록에 대한 구체적인 반영 계획도 밝히고 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처분 기록이 있을 경우 수시모집 학생부교과전형에 지원할 수 없도록 했다. 교과전형은 주로 교과성적(내신)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으로 '학교장 추천 전형'이 해당한다.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전체 모집 인원의 각각 13.1%, 12.6%를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이들 대학은 이전에도 학폭을 일부 반영했지만, 지원 자체를 막는 조치는 처음이다.

한양대, 중앙대 등도 학폭으로 인한 감점, 불합격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밝혔다.

대교협에 따르면 학생부 교과전형에 학폭 사항을 반영하는 대학은 27개교다. 성균관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 112개교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학폭 사항을 반영한다.

앞서 교육부는 학폭 기재 사항을 2025학년도부터 대학 자율로, 2026학년도부터 의무로 정시에도 반영하도록 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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