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데이터 수능 카르텔 | 인터뷰-김경범 서울대 교수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수능정보 독점 심각"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교육부 공개 안해 … 국회도 자료 요구 않고 역할 방기
3월 22일 정책연구단체 '교육Lab 공공장'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3학년 정시 모집 의대 신입생 선발 결과'를 바탕으로 수능 최상위 집단의 재학생과 N수생 분포, 지역 분포와 특성을 분석해 공개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N수생이 77.5%를 차지하고, 재학생은 21.3%에 그쳤다. 특히 비수도권 고3 재학생은 6.7%밖에 되지 않았다. 서울과 수도권 학생들이 지방 의대를 채우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공개된 대학의 자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수치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재학생과 N수생, 부모의 경제력과 수능 점수의 관계, 수능 결과가 지역과 고교 유형에 따라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1일 김경범 서울대 교수를 만나 수능 정보 독점 현황과 문제점을 들었다.
■왜 수능 데이터를 확인하고 공개하는 노력이 필요한가?
현실을 정확히 알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대안을 찾기 위해서다. 지난 정부는 대학에 정시 모집 선발 인원을 40%로 늘리라고 사실상 강제했고, 현 정부는 이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요구가 공정하고 정당한지 수치로 확인해야 하지 않겠는가. 만약 정부가 수치를 감춘다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문제를 모르니 대안을 찾는 사회적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 대학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수능 결과인데 수능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과 교육부는 수능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의대는 N수생이 많이 들어가는데 N수생이 재학생보다 얼마나 더 수능 성적이 높은지 알려면 평가원이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2015학년 이후 수능 데이터는 일반에게 공개된 적이 없다. 그 이전에도 평가원은 직접 수능 자료를 공개한적이 없고 다만 국회에 제공했을 뿐이다. 평가원은 연구용으로 수능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겠지만 일반 국민에게 알려진 수능 분석사례를 알지 못한다. 연구 주제와 공개 여부와 범위를 행정적으로 조정하고 조절하고 거절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평가원이 수능 정보 중 어떤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나?
의대 합격자 자료를 보면 현 수능 체제가 재학생에게 매우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확인하려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영역에서 각 등급 내 재학생과 N수생의 비율을 알아야 한다.
평가원은 수능 채점 결과 보도자료를 내면서 국어와 수학의 점수 산출 자료(어느 선택 과목 그룹이 공통 과목에서 평균 몇 점이 더 높은지)도, 재학생과 N수생의 성적 차이도, 지역 차이도, 또 어떤 분석 자료도 공개하지 않는다.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평가원은 왜 수능 분석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지, 국회는 왜 수능 분석 자료를 요구하지 않는지 알수 없다. 국회 교육부 평가원 모두가 공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국회는 입법 기관 아닌가. 정부와 평가원이 공개하지 않는다면 입법을 통해 강제할 권한이 있는데, 어느 의원이 수능 결과를 공개하도록 요구했다는 소식도, '수능 결과 공개 범위를 정한 법률' 을 발의했다는 소식도 들어보지 못했다.
■수능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재학생과 N수생의 차별을 넘어, 수능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SAT처럼 외국의 표준시험도 학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현재 수능이 어느 정도로 부모의 경제력의 영향을 받는지 시계열로 분석해 공개해야 수능에 의한 학생 선발의 공정성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수 있고 대학도 수능 점수를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활용할 방법을 모색한다. 문제가 없다면 없다고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있다고 밝히는 게 국가 기관의 역할이다.
■수능이 재생산하는 사회적 격차를 공개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는 무엇인가?
수능의 공정성을 확인하고, 학력이 낮은 지역의 학생들을 도와줄 정책 수단을 학교와 지자체가 함께 찾으려면 특히 지역 자료는 꼭 필요하다. 평가원은 수능이 재생산하는 사회적 격차를 공개하지 않는다.
대개 일반고는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보다 수능 성적이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어느 정도 낮은지 모른다. 일반고 내에서 지역에 따른 격차가 얼마나 심한지도 모른다. 서울에서도 강남과 목동과 중계동 지역이 수능 성적이 높다고 추정되지만 어느 정도 높은지 다른 지역은 얼마나 낮은지 모른다.
학력 격차가 어떻게 나타나고 해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없으니 정부 정책의 목표도 대책도 성과도 수치로 보여줄 수 없다. 그 결과 국민은 정부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어느 지역에, 어느 학교에 무엇이 문제인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학교와 선생님을 학생이 거둔 수능 점수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학부모에게 신뢰받는 학교 교육과 학생의 미래 삶을 도와줄 학교 교육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격차 문제를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책상머리 대책이 아니라 학교를 바꾸고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진정한 대책이 만들어진다.
■현재 수능 체제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우리 아이들은 수능을 준비하느라 학교 교육을 통해 미래 사회를 살아갈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기존 학교를 학생에게 미래를 살아갈 힘을 기르는 새로운 학교로 전환하는 데 수능 체제가 장애가 되고 있지만, 우리는 문제를 피하고 있다.
수능 문항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해도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학교는 선행학습금지법의 규제를 받지만 평가원은 학교가 아니라서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법원이 '국회가 만든 법'에 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능 문항을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려면 선행학습금지법을 개정하면 된다.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이라는 아무도 믿지 않는 이 상투적인 문구가 진실이 되려면 EBS 교재가 아니라 고등학교 교과서와 교육과정 내에서 수능 문항을 출제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 많으므로' 칼같이 베어지는 수능 변별력이 낮아진다. 게다가 출제 가능한 문항 수에 한계가 있어 현 수능 체제는 조만간 수명을 마치게 된다. 우리는 칼 같은 변별력을 위해 우리 아이의 미래를 외면하고 있다.
모두가 한날한시에 모여 시험을 치르니 그걸로 공정성은 충족되었다고 믿는다. 수능 결과가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의 삶을 볼모로 사회적 격차를 대물림하고 있다고 의심되어도 진실과 대면하려고 하지 않는다.
3월 7일에 작년 사교육비가 26조원에 이른다는 정부 통계가 발표되었고 이 중 대학 입시를 위해 중등교육에 지출하는 액수가 약 14조원이다. 학부모는 노후를 저당 잡히며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고통을 대물림하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외면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수능 카르텔에 묶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