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하현서
2023-05-04 10:43:04 게재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지속된 관심, 질병 연구의 꿈으로”
이미지확대 하현서 |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충남 삼성고) 사진 이의종
? |
미세플라스틱, 그것이 알고 싶다!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이 생기면서 바다 속 플라스틱의 포집 방안을 탐구했다. 방대하게 퍼진 미세플라스틱이 혈액뇌장벽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세플라스틱을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어요. 실험으로 확인해보고 싶었고, 이를 위해선 먼저 바닷물 속 미세플라스틱의 존재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어요. 마침 학교 실험실에 있던 주사전자현미경(전자선을 이용해 물질의 표면 정보를 관찰하는 측정 장비)으로 5mm 이하의 입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게 미세플라스틱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죠. 고민 끝에 치약 속에 인위적으로 투입된 미세플라스틱을 떠올렸어요. 우리가 매일 쓰는 치약에는 마이크로비드라는 미세한 알갱이들이 촘촘하게 채워져 있는데, 이 물질들이 해양 생태계를 위협해 문제가 되고 있거든요. 치약으로 소재를 바꾸고 미세플라스틱을 관찰해보기로 했어요.” 이 실험에는 학교에 있던 실험 장비들이 큰 도움이 됐다. 볼텍스 믹서, 원심 분리기, 백금 이온 스퍼터링 장치, 주사전자현미경 등을 이용해 실험을 수행한 결과, 다양한 크기의 입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2학년 <과학과제연구> 수업에서는 더 심화해 여러 종류의 치약 속 미세플라스틱의 크기와 모양, 빈도를 분석했다. “종류에 따라 각이 지거나, 겉표면이 돌기처럼 돌출된 형태, 별 모양 등 다양한 추정 입자들을 관찰할 수 있었어요. 관찰한 물질들이 미세플라스틱인지 확인하기 위해 과학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고, 학교 실험실의 현미경 적외선 분광분석기를 활용해 성분을 분석했죠. 치약 시료에 만니톨, 폴리메타크릴산에스터 등 플라스틱 성분의 고분자 화합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파악해 실험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이제 플라스틱을 완전히 분해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 찾아봐야 했다. 3학년까지 추가 탐구를 이어갔다. 이때 알게 된 것이 미생물의 존재였다. “오스트리아 연구진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소 위에서 찾았다는 연구 결과를 접하게 됐어요. 소의 반추위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페트병과 섬유에 쓰이는 합성 폴리에스터 성분을 분해한다는 거예요. 또 쓰레기 더미의 박테리아에서 플라스틱 분해 효소가 발견됐고, 애벌레 슈퍼웜의 장액에서 플라스틱 물질이 분해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게 됐고요. 인간의 편의를 위해 합성한 물질인 플라스틱의 구조가 너무 안정적이어서 오히려 분해하지 못한다는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고, 자연 속 생물, 그중에서도 미생물 속 화학반응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죠.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에 진학해 미생물에 대해 배우고,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가수분해효소의 작용을 더 깊이 탐구해 인류를 위협하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어요.”대학 권장 과목에 충실했던 나의 과목 선택
최근 고려대를 비롯한 5개 대학이 공동 연구해 발표한 ‘자연 계열 전공 학문 분야의 교과 이수 권장 과목 안내’ 자료에 따르면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는 핵심 과목으로 <확률과 통계>와 <생명과학Ⅰ·Ⅱ>를, 권장 과목으로 <미적분>과 <화학Ⅰ·Ⅱ>를 제시했다. 현서씨의 선택 과목 이수 현황은 학과에서 제시한 권장 과목에 충실했다. “<기하>와 <확률과 통계> 사이에서 고민을 좀 했어요. 공학 계열에 지원하려면 <기하>는 꼭 배워야 한다고 들었지만,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필수적인 과목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유전 계산에 <확률과 통계> 지식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기하>보다는 이 과목을 선택하기로 결정했죠. 이공계를 고려하는 친구들이 <확률과 통계>까지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지만, 전 배우고 싶더라고요. 물리학도 제게는 좀 잘 맞지 않았거든요. 대신 생명과학과 화학을 깊이 있게 배우는 쪽을 선택했어요.Ⅰ·Ⅱ과목 외에도 학교에 개설된 <생명과학실험> <고급생명과학> <고급화학>에 <과학과제연구>까지 실험을 할 수 있고, 과학을 심도 깊게 배우는 과목들은 모두 신청했으니까요.” 대학에 와보니 잘한 결정이었다는 걸 다시 느꼈다. 1학년 때 배우는 <일반생물학 및 실습> <일반생물학실험> 등의 수업에서 당시 배운 내용과 실험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는 걸 실감했기 때문이다.주변에서 말린 계열적합형 전형, 면접으로 승부 걸다
현서씨는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에 지원할 당시 학생부종합전형인 학업우수형과 계열적합형 전형을 모두 활용했다. 자사고인 학교 특성상 교과 성적이 최상위는 아니었기에 승부를 걸겠다고 생각한 전형은 계열적합형 전형이었다. 과학고와 영재학교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고 합격하는 전형이었기에 주변의 반대도 있었지만, 제시문 면접을 집중적으로 준비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지레 포기해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컸다. “기출문제들을 중심으로 한 달 전부터 제시문 면접을 집중적으로 준비했어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셨거든요. 나름 면접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없다는 점도 끌렸고요. 지원조차 안 해 후회하느니 일단 도전해보고 싶었죠. 면접장에 들어갔는데, 올해는 출제 패턴이 좀 달라진 거예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에서 연상되는 수학적 개념을 말하고, 부분집합 명제, 확률에서의 곱의 법칙, 이상기체 방정식, 핵분열의 연쇄작용 등 여러 제시문을 연결하거나 활용해 답해야 하는 문제가 나왔거든요. 사실 면접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열심히 해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자신감을 잃었던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면접 당일에는 처음으로 시간이 남는 경험까지 했어요. 게다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를 알게 된 계기였던 유튜브에서 본 교수님이 면접관으로 계시니 더 신기하더라고요. 시간이 좀 남아 준비해간 지원 동기를 말씀드렸는데, 교수님께서 ‘제 강연을 아주 잘 들으셨군요’라고 하셔서 예감이 좋았죠. 하하.” 현서씨는 대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두 각자의 불안과 고민이 있겠지만, 최선을 다했다면 자신을 믿고 후회를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얘기다.
정애선 내일교육 기자 asjung@naeil.com
내일교육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