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지나온 1년, 다가올 1년 | ① 임기 첫 해 평가
검사 대통령 … 정치실종, 수사만 남았다
1년 내내 야당 수사 … 대야관계 '파탄'
출근길 문답 중단 … 30%대 지지 고착
윤석열 대통령은 최초의 검사 출신이자 국회의원 0선 대통령이다. 수사 전문가이지만 정치 초보다. 오는 1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윤 대통령의 첫 1년 동안 정치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대야관계는 파탄났고, 여당은 존재감이 없다. 대신 야당을 겨냥한 수사는 1년 내내 활발했다.
취임초 53%(이하 한국갤럽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찍었던 국정지지도는 30%대로 추락했다. 정치를 되살리지 않는다면 "30%대 지지도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정치권의 모습은 윤석열정권 1년을 압축한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년 내내 "나를 따르라"만 외치면서 국민·야당과 소통하지 않았다. △강제동원 배상문제 △3대(교육 연금 노동) 개혁 △집무실 용산 이전 △주 69시간제 등 굵직한 국정현안을 결정하면서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나마 소통 창구로 꼽혔던 출근길 문답은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됐다. 제1야당 대표를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협치가 이뤄질 리 없었다. '대통령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었다. 야당 단독입법→대통령 거부권→야당 재추진이라는 악순환만 되풀이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여당의 존재 이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여당은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하고 국민에게 대통령 철학을 전파하는 가교역할을 맡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여당을 '대통령실 출장소'로 전락시켰다.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들과 시너지를 내는 대신 그들의 존재감을 무시하고 있다. 여권 지지층조차 제대로 결집하지 않는 이유다.
정치가 사라진 1년 동안 검찰·경찰은 어느 때보다 바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수사가 정치권을 뒤흔들더니, 야당의원들이 무더기로 연루된 '전당대회 돈 봉투' 수사가 뒤를 이었다.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링 위에 아예 오르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윤 대통령 임기 첫 해에 대한 민심의 평가는 국정지지도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취임초 53%로 출발했지만 불통 리더십이 두드러질 때마다 지지도는 하락을 거듭하면서 두차례 24%(지난해 8월 1주, 9월 5주)까지 추락했다. 5월 첫째주 조사에서 33%로 간신히 반등했지만 원활한 국정운영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국정성과가 나오면 지지도는 반등하기 마련"이라며 "이달 중순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 성과가 나오면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이) 일방적 독주 리더십을 고수하면서 (지지도가) 30%대에 고착되고 있다"며 "그나마 지지도 반등을 이끌 수 있는 게 20·30대 남성인데, 불통 이미지로는 (그들을) 설득하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