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지나온 1년, 다가올 1년 | ④ 대야관계
임기 첫 해 '실종된 정치' … 안 만나고, 수사하고, 네 탓하고
1년 간 야당 대표 회동 피해 … 야당 겨냥 수사 잇따라
"거야에 막혀 입법 어려워" … "피의자라도 만났어야"
정치 복원 감감 … '범죄자' 나간 뒤에나 실마리 찾을듯
윤석열정부 들어 "정치가 실종됐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정치의 기본으로 꼽히는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완벽하게 사라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첫 해동안 야당 대표를 안 만났다. 야당을 겨냥한 수사만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 임기 1년이 지나도록 과거정권과 야당 탓을 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정치 복원에 대한 요구가 커지지만, 윤 대통령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은 10일까지 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여당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불러 오찬을 함께 했지만 여기에 야당이 앉을 자리는 없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8월 당선된 이후 수차례 대통령과의 회동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응답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제1야당 대표가 아닌 '범죄 피의자'로 보기 때문에 회동을 피한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은 '피의자'가 아닌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박 원내대표가 "대표 먼저"를 외치는 바람에 불발됐다.
윤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피하는 1년 동안 검찰·경찰은 야당과 문재인정권을 말그대로 탈탈 털고 있다.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성남FC 후원금·대북송금 의혹 △문재인정부가 관련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탈북어민 북송사건 △민주당 의원들이 연루된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등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수사결과 야당과 문재인정부가 '치명상'을 입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넘기도록 국정난맥상의 책임을 야당과 문재인정부에게 돌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사기의 토양이 됐다"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의 무력화는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 "과거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했는지 국민 여러분이 모두 목격했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든 △전세사기 △주가조작 의혹 △마약사범 급증이 전부 문재인정권 책임이라는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며 거대야당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윤석열정권 들어 "정치가 실종됐다"는 우려가 잇따르자 여권 일각에서도 정치 복원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여권 일각에선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만나 협치 가능성을 열어야한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윤 대통령은 "피의자를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전 대표는 1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이재명은 범죄자라는 인식을 갖고 안 만난다"며 "예컨대 트럼프가 여러 가지 혐의로 기소돼 있는데, 그가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되면 (윤 대통령이) 안 만날 건가"라고 지적했다.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은 10일 친윤(윤석열)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공감' 강연에서 "윤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형사 피의자라도 한번 만났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윤 대통령이 정치 복원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보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여야관계에 모멘텀을 만들려고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했는데 그쪽에서 두 번이나 거절했으니 당분간 또다른 제안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수사를 통해 야당에서 '범죄자'가 밀려나고 야당 지도부가 새 얼굴로 바뀐 뒤에야 협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란 속내로 읽힌다. 총선 전까지 정치가 복원되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