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폭행, 음주운전에 성범죄까지
기강 해이해진 경찰, 신뢰 추락
경찰청 '특별경보' 엄중 조치키로
최근 경찰관이 연루된 음주사건과 성범죄가 잇달아 발생해 경찰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경찰청은 '특별경보'를 발령하는 등 잇단 경찰관 비위행위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술에 취해 행인을 폭행하고 지구대에서 난동을 피운 현직 경찰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소속 A경장은 지난 18일 오후 10시경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 길에 서 있던 50대 남성의 얼굴을 여러 차례 때리고 인근 주차장의 바리케이트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경장은 연행된 지구대에서도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3일에는 쉬는 날 술에 취한 경찰관이 금품을 훔치다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광주광역시 광산경찰서 소속 B경위는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 들어가 현금 약 15만원을 훔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앞서 지난 13일 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한 도로에서는 서울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관 C씨가 음주운전을 하다 시민의 신고로 체포됐다. C씨는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상태에서 서울 종로에서부터 고양시까지 차를 몰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울산에서도 회식 후 음주운전을 한 울산경찰청 소속 경찰관 D경장이 단속에 적발됐다. D경장은 부서 회식 후 차를 몰다 음주단속에 걸렸는데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치를 훌쩍 넘는 수준이었다. 경찰은 D경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함께 회식한 동료 경찰관들이 회식 후 사무실로 돌아와 초과근무를 한 것처럼 지문 입력을 한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관의 성범죄도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경찰청 풍속단속계는 24일 서울 성동경찰서 소속 E경위를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E경위는 지난달 초 노원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술자리를 가진 뒤 성매매를 위해 이동한 모텔에서 단속반에 적발됐다.
성동경찰서 소속 F순경은 올해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된 여중생과 수차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됐다. 경찰은 F순경이 음란 영상 등을 요구하고 또 다른 미성년자들과 성매매를 한 정황을 포착해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G경장은 2017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소개팅 앱으로 알게 된 20~30대 여성 10여명을 만나면서 동의 없이 신체 부위 등을 촬영한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 송치됐다. G경장은 불법 촬영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 신고로 수사가 시작되자 영상물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버리도록 지인에게 부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의 느슨한 직무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부산에서는 최근 출산이 임박한 아내를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가던 남편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경찰이 "관할 지역이 아니다"라며 외면한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차된 오토바이가 파손됐다는 신고를 받고도 현장을 늦게 방문해 증거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경찰관에 대해 해당 경찰서에 주의 등 조치를 하라는 의견표명을 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경찰관은 지난해 12월 사건을 배당 받았지만 폭설과 연가, 휴무, 비번 등을 이유로 사건 접수 8일이 지나서야 현장을 방문했다. 오토바이를 넘어뜨린 차량 번호판을 확인할 수 있는 CC(폐쇄회로)TV영상은 저장기간이 7일 밖에 되지 않아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다.
이처럼 경찰의 기강이 해이해진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청은 특별경보를 발령하는 등 긴급 점검에 돌입했다. 6월까지 지속되는 특별경보 기간에는 사전 예방과 감찰이 강화되고, 비위 적발시에는 징계 수위가 높아진다.
경찰청은 특히 음주운전, 성비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중징계 이상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지금처럼 인성과 자질을 충분히 검증할 수 없는 채용제도로는 비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채용시스템의 개선을 주문했다. 그는 "경찰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만큼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선 일반인보다 더욱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