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확충 강력 추진

"지방의대 신설·증원으로 지역의사 확보하자"

2023-06-13 13:15:55 게재

6000명 단기간에 늘리고 이후 조정… "의사들, 개원만 말고 대한민국 살리는 데 도움을"

인터뷰 - 하충식 창원한마음병원 이사장

한국 의료가 붕괴 중이라는 지적이 의료현장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의사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온 지는 오래됐다.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도 의사 구인에 난리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안과 등에는 세전 월 4000만∼5000만원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환자가 응급 상황임에도 수용하겠다는 병원이 나오지 않아 뺑뺑이 돌다 거리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초고령사회 진입을 2년 앞두고 노인인구 급증에 따른 만성질환 관리, 의료 지역격차·불평등 해소와 지방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많다.
내일신문은 하충식 창원한마음병원 이사장에게 의사 인력 문제와 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한 해결 방안을 물었다.

하충식 창원한마음병원 이사장│△한양대 명예경영학박사(2021년) △전 대한산부인과학회 부이사장(2019년) △조선대 명예경제학박사(2015년) △현 창원한마음병원 이사장(2013년) △부산대 의과대학원 의학박사(2007년) △창원한마음병원 개원 병원장(1995년) △조선대 의대 졸업(1985년). 사진 창원한마음병원 제공

 


의사인력 문제에 대해 하충식 창원한마음병원 이사장은 9일 내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의료자원이 취약한 지방에 의대를 신설하고 증원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의사를 확보해야 한다"며 "의약분업으로 2006년 이후 줄어든 의대정원만큼이라도 시급히 단기간에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하 이사장은 또 "1970년∼1980년대 인재들이 제철 자동차 화학 기계 조선 반도체 쪽으로 진출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린 것처럼 의사인력은 개원만 고집하지 말고 신약개발 바이오헬스케어 의료관광 등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6000명을 당장 늘려야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노인인구가 많아지고 소득도 늘어나면서 당연히 의료수요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진료과목도 새로 생기고 분과도 이뤄졌다. 의료수요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을 추진하기 위해 밀실에서 의사 정원을 매년 250명씩 줄여 지금의 의료대란이 발생했다.

18년 동안 줄어든 인원수만큼이라도 먼저 회복하자는 것이다. 매년 1000명이든 1500명이든 6000명을 빨리 공급해줘야 한다. 독일은 통일됐을 때 의대정원이 1만3000명이었다. 많다싶어 3000명을 줄였다가 다시 1만5000명으로 늘렸다. 독일은 인구 8300만명에 1만5000명인데 우린 5100만명에 3058명이다. 비교가 되나. 그동안 감축한 6000명을 시급히 회복하고 그다음은 다시 조정하면 된다.

■의사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됐다. 하지만 그간 제대로 추진된 사례가 없다.

지난 정부는 매년 400명씩 늘려 4000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법이 나빴다. 의료계 설득을 잘못했다. 의약분업으로 의대정원이 줄었고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차근히 설명하면 되는데 일방적으로 로스쿨처럼 늘리겠다고 접근하니 저항이 심했다.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져 증원 추진을 못한 면도 있다. 그 이전 정부는 사실상 방치했다.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분명한 답을 제시 않고 있다.

국민들도 공감하기 때문에 서둘러 해야 한다. 지금 하더라도 10년 이상 걸린다. 다만 의사를 늘리더라도 수도권에 늘리면 안된다. 가뜩이나 의사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죽어가는 지방의료를 더 벼랑으로 떠밀면 안 된다.

의대 증원은 지방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 지방에서 배운 의사들이 지방에 머물 확률이 더 높다. 수도권에서 배우면 지방으로 내려올 가능성은 낮다.

의대는 단순히 의사만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의 의료 수준을 높이고 의료 환경을 개선해 주민의 삶의 질도 좋게 만든다. 그리고 병원은 인건비가 매출의 50% 혹은 70% 정도 된다. 지역인재 고용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니 지방자치단체마다 대학병원 유치에 목숨을 건다.

■지방의대는 부실하다는 주장이 있다.

대한민국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방하고 수도권하고 차이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지방에 숨은 의료 고수들이 더 잘하기도 한다. 지방의 의대신설을 반대하는 수도권의 논리다.

현재 전남 충남 경북지역에는 국립의대가 없다. 국가가 세금을 거둬 어디다 쓰는지 모르겠다. 취약지역에 당연히 의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경남지역도 가장 열악한 곳이다. 인구 340만명인데 의대정원이 76명밖에 안된다. 전국 최하위다.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취약지역에 의대정원을 우선적으로 늘리고 신설도 해야 한다.

■공공의대 신설 주장에 대해.

국립의대가 없는 전남 충남 경북지역에는 국립의대가 세워져야 한다. 나머지 취약지는 사립의대를 활용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길병원 차병원 을지병원 순천향병원은 사립으로 국민 세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굴지의 병원으로 성장했다. 지역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도 크다. 서남의대를 반면교사로 삼아 500병상 이상의 시설과 규모를 갖춘 곳에서 의대를 신설하면 부실 의대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고 국민 세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의대를 신설할 수 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기존 의대의 정원을 기준으로 의대 정원을 추가적으로 늘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의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 대한 선별없이 기존 의대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증원을 한다면, 그것은 지역별 불균형을 가중시킬 뿐이다. 공급량의 과부족에 근거한 배분이 '공정'이다.

■의사 수 확대와 관련 정부는 의사협회와 협의하고 있다.

의사협회에는 개원의보다 봉직의가 더 많다. 협회 지도부가 개원의사 위주로 입장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의료현안협의체에 병원협회 관계자도 참여해 정부와 의사협회·병원협회 관계자가 함께 협의해야 한다. 병원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토의하는 것은 한참 잘못됐다. 첫 단추를 잘못 낀 것이다.

■대학병원들이 수도권 지역에 신규 분원 6000병상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적 의료인력 수급 계획없는 증설은 지방의료를 더 죽일 것이다. 결국 지방 의사를 수도권으로 더 불러들일 것이다.

세계 유수한 병원들은 병상경쟁을 하지 않는다. 희귀질환 난치질환 고난이도 수술과 연구에 힘쓴다. 그런데 국내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지방전문병원에서도 하는 생존율 95% 99%에 이르는 유방암 갑상선암 수술을 한다. 환자를 몇 개월 대기 시키지 말고 지방에서 해도 된다고 권하면 서로에게 윈윈이 된다.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은 환자에게 육체적으로나 경제적 시간적으로 손실을 입히는 것이다. 특히 삼성하고 아산은 병상 경쟁하지 말고 교육·연구활동에 힘써야 한다. 정주영 이병철 회장님이 바라지 않겠나.

우리 병원에 아산병원 출신의사 4명이 왔다. 간 이식하는데 부산에서도 환자들이 온다. 지방에도 좋은 의사가 있으면 전국에서도 환자가 물려오는 좋은 사례다.

빅5병원은 교육 연구에 힘을 써서 양질의 의료 인력을 배출해 선순환 구조로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 좋은 인재를 지방으로 보내야 한다. 국립대-대형병원들은 의료 취약지에 분원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정작 지방에 있는 대학 부속병원은 부실하고 수도권에 있는 협력병원은 성장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 책임과 의무는 피하고 이익만 취하니 이런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대학부속병원과 협력병원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 더 이상 지방을 기만하지 말아야 한다.

■의대 교육이 개업에 필요한 의료기술자 양성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의사가 왜 개원만 하는지 모르겠다. 코로나19 유행시기 화이자는 단일품목으로 60조원을 벌었다. 바이오헬스 시장이 1경3000조원 정도 된다. 우린 1%도 못하고 있다.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의료관광, 해외진출도 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의사로서 소명이 있어야 한다. 의대에서 교육을 제대로 했다면 피부과 성형외과로 쏠리겠는가.

1970∼80년대에 한국 인재들이 자동차 제철 기계 화학 조선 반도체 산업에 들어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렸다. IMF 이후 의대로 인재가 몰려들었다. 이제 의사들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의무가 있다. 바이오 신약 개발, 의료관광 등으로 기여해야 한다.

훌륭한 의사들이 많다. 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의사는 실력은 기본이고 따뜻한 가슴과 헌신적인 소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도전적이어야 한다. 교육을 통해 일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의사 공급이 부족하면 숭고한 뜻만으로 안된다.

■창원한마음병원이 경남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원하나.

고향인 경남지역의 주민들에게 질 높은 의료환경을 제공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경남도민의 숙원사업인 의대 유치에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지방에 좋은 의사가 있으면 환자가 서울로 가지 않고 오히려 지방으로 온다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

■병원 운영하면서 보람찬 기억은?

의사 부족이 병원 운영에 가장 큰 아픔인데, 가장 큰 보람은 다양한 사회사업을 하는 것이다.

시설이나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놀이동산에서 하루 종일 마음껏 놀게 하는 ‘마음으로 보는 세상(30년째)’을 이번에는 4500명에게 했다. 내일녹색교통도 보람차다. 부모가 없는 한 아이를 초등학생 때 만났는데 장학금을 받아 학교 졸업하고 우리 병원 간호사가 됐다. 최근 결혼을 했다. 감회가 새롭다. 병원에서 ‘이웃돕기 한 구좌 갖기 운동’을 한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지역민들이 우리 병원과 직원들을 좋게 기억하는 것 같다.

■이외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가를 책임지는 사람은 나라 전체를 보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 국민의 이해를 우선해야 한다. 취약지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며 이익단체 설득도 해야 한다. 수도권에 쏠린 의료자원을 해소해야 한다. 지방과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의료가 붕괴되면 결국 전국이 붕괴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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