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인턴십 … 노인 일자리 처방전

2023-06-13 10:50:43 게재

만 60세 이상자 채용해 신규 및 계속 고용 유도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정명산업은 3년전부터 인력 부족을 체감했다. 구인 구직사이트에 모집 공고를 올려도 한명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루 등 목재인테리어 자제를 가공하는 대양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두 기업은 시니어인턴십 사업을 통해 각각 박용준 씨와 김정호 씨를 만났다.
시니어인턴십으로 일하면서 노하우를 동료에게 설명하는 대양기업의 김정호씨 사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시니어인턴십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중 하나다. 만 60세 이상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 신규 및 계속 고용을 유도한다.

12일 김은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홍보기획부 대리에 따르면 박씨는 35년간 울산시청 동구청 등에서 행정업무를 했다. 퇴직 후에도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살려 직장을 구하려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박씨 시니어인턴십 사업을 하기 전에 울산동구시니어클럽에서 행정업무를 보조했다. 그때 만60세 이상자를 위한 일자리가 다양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정명산업에서 일하게 된 박씨는 자동차 타이어 휠의 밸런스를 맞추는 등 자동차 부품제조를 지원하는 일을 맡았다. 해프닝도 겪었다. 레일은 저녁 11시40분에 멈추기 때문에 그 시간에 타이어를 내리고 갈 수 있도록 시간과 차량 관리를 해야 한다. 한차라도 더 타이어를 내리면 좋을 것 같아 시간을 넘어 레일이 멈췄다. 레일 위에서 차가 오가지도 못하게 됐다. 몇 시간 고생하다 본사에 연락해 겨우 차량을 보낼 수 있었다.

박씨는 "그때는 요령이 없어서 그랬지 뭡니까. 평생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만 보고 일했는데 직접 생산업무를 하니 재밌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화기업에 28년 근무하고 은퇴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어디서 일자리를 찾아봐야 하나' 고민하던 중 협력사였던 대양기업의 권유로 입사했다. 그는 이때 처음 시니어인턴십을 알았다.

김씨는 목재를 가공하는 기계설비 정비 등 일을 하면서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동료에게 알려주거나 설비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그의 노하우는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 설비 부품을 변경해 불량률을 제로로 만들었다.

화학공장은 45톤 넘는 자재를 공정하는데, 소량의 물이 들어가거나 다른 화학제품과 섞이면 불량품이 된다. 어느 시기에 자꾸 불량품이 나왔다. 김씨는 '어디에 물이 스며들었을 것'이라고 보고 설비 노즐을 점검하고 원인을 찾아냈다.

김씨는 "하루아침에 가르쳐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노하우를 젊은 친구들에게 전하고 같이 일하는 게 큰 보람"이라며 "시니어인턴십사업은 일하는 사람이나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시니어 채용을 기업의 인력해소와 더불어 일 처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 대양기업이 김씨에게 입사를 제안한 것도 전문성뿐만 아니라 성실함과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미애 부장은 "설비 문제를 발견한 것도 김선생님 덕"이라며 "내 일처럼 나서서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정명산업도 박씨뿐만 아니라 다른 시니어들의 덕을 톡톡 보고 있다고 한다. 황보 환 정명산업 대표는 "시니어들의 책임감 덕분에 회사의 업무를 안정적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은주 노인인력개발원 대리에 따르면 기업의 수요에 따라 시니어인턴십 사업도 증가해 올해 사업 목표량은 5만5000개로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11년 3000개보다 약 18배 늘었고 지난해보다 1.2배 늘었다. 시니어들은 제조업 운수업 보건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활동 중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