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기후행동과 농업혁신, 그리고 10년 뒤의 미래
일본 농민의 고령화율은 70%이다.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다가올 미래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농민의 고령화율은 50%에 다다랐다. 이미 수도권에서 먼 시골부터 휴경지가 늘어나고 마을은 요양원 수준으로 바뀌어 간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최소한 1.3 수준은 유지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1.0 이하로 떨어졌고, 작년에는 0.78 수준까지 내려갔다. 세계가 주목할 만큼 급격히 붕괴 중이다. 서울은 지방 청년들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여 재생산 능력을 삭제하는 듯하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였다.
우리나라 농민의 고령화율이 일본처럼 70%가 되는 시점은 언제일까? 그때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건 누구나가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충격이 일본보다 더 클 것이다. 우리는 무슨 준비를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산업의 에너지 집약도, 즉 단위 GDP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캐나다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반면에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작년 한해 유가와 전기가격 인상으로 인해 농사용 면세유와 농사용 전기에서만 농가들은 1조원 이상을 추가 부담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용 전기가격은 여전히 생산원가의 40%에 미치지 못한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 기후합의'에서 전세계 197개국은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약속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지난해 화석연료 보조금은 되레 증가했지만, 어쨌든 머지않은 시기에 에너지 보조금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 30년 동안 농사용 전기 사용량은 지속해서 늘어났다. 1%대에 불과한 40대 이하 청년농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에너지를 다량 사용하는 스마트팜에 집중했다. 만약 화석연료 보조금이 없어지면 우리 농업은 어떻게 될까?
일본과 한국, 비슷한 듯 다른 대응
일본은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대응을 일찍부터 서둘렀다. 농민수가 줄면 농가당 경작면적은 늘 수밖에 없다. 고령농이 더 큰 면적을 경작하려면 자동화된 농기계가 필요하고, 경험이 부족한 청년이 농업에 진출하려면 축적된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선택은 스마트농업이었다.
2000년대 초부터 일본은 농업구조개혁과 함께 자율주행 농기계와 로봇, 농업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집중했다. 그 성과가 20년이 지난 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10헥타르(ha) 이상 농지를 보유한 대농이 전체 농경지의 절반 이상을 경작하고, 농사에 참여한 기업의 수도 3300개까지 늘었다. 농업에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농지규제를 완화한 게 주효했다.
2018년부터 일본은 스마트농업을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한 실증사업을 69곳에서 시작, 현재까지 217곳에서 시행됐고, 그중 일부는 사업 완료 후 성과분석도 이뤄졌다. 농가는 스마트농업 도입을 위한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수익성이 낮은 걸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수익성은 농사가 규모화되고 농지의 집적도가 높을수록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농업 R&D의 성과분석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는 기술변화가 생산성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생산 규모 확대에 의한 비용감소가 생산성 향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우리는 귀농귀촌과 스마트팜 확산에 집중했다. 60세 전후의 은퇴자들이 농업에 진입하는 수가 늘어나면서 농업인의 고령화는 더뎌졌지만, 농가당 경작면적 증가 역시 정체를 나타냈다. 2022년 전국 경지면적은 153만ha로 10년 전 171만ha 대비 10.6% 감소했다. 농가당 경지면적은 10여년째 1.5ha 수준에 멈추어 있다. 비농업인에 의한 농지소유는 빠르게 늘어 10년 후에는 8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농가의 규모화와 농지의 집적화 없이 스마트농업의 확산을 기대할 수 있을까?
탄소중립과 함께 개도국 지원 늘려야
기후학자들은 10년 이내에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에서 전세계는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선언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는 어렵게 되었다. 코로나 시기 잠시 주춤했던 화석연료 사용량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21년에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의 내용을 한줄로 요약하면 "지금 행동하라, 그렇지 않으면 너무 늦을 것이다"였다. 아마도 인류에게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기후가 바뀌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산업은 농업이다. 농사는 토양과 기후가 대부분을 결정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진들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030년 옥수수와 밀의 생산량은 각각 24% 및 1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건 세계인구가 기존 전망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챌린지재단의 '어스포올(Earth4All) 이니셔티브' 연구진은 새로운 시스템 역학모델을 사용해 인구증가율을 예측했는데, 이 결과에 따르면 세계인구는 2050년 85억명을 정점으로 2100년에는 70억명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세계인구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도국에서 교육과 보건에 획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빈곤이 종식되어야 한다는 게 전제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가늠할 수 있다. 탄소중립과 함께 개도국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게 인류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앞으로 10년, 전세계는 극심한 기후변화의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다. 세계 곡물시장이 들썩이면서 우리 식탁은 쪼그라들고, 세계 식량위기 발생빈도 역시 높아질 것이다. 대부분 좋은 기후대에 위치한 선진국들은 여전히 유리한 입장에 놓이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식량을 수입하는 대부분 국가는 시카고선물시장의 곡물가격 차트에 가슴을 졸일 것이다. 그 정도는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달려있다.
10년 안에 총체적 구조 변화 이뤄내야
지금까지 향후 10년 동안 우리가 직면할 문제를 살펴봤다.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갈 만한 2050년을 맞이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살펴보자.
먼저 국내 농업의 생산성 유지를 위해 스마트농업으로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한데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다른 10년을 만드는 게 가능하지 않다. 농지 집적화와 경영체의 법인화를 통한 규모화가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농지법을 보완하는 게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농민이 주도하는 법인화를 통한 경영 단위의 규모화가 현실적 대안이다.
식량 대부분을 수입하는 해외 공급망에 대한 정보망을 강화해야 한다. 식량 수출국뿐 아니라 수입국에 대한 농업정보 역시 중요하다. 어차피 식량을 수출하는 국가는 일부에 불과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건 희망사항에 가깝다. 개도국 농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늘려 식량수요를 줄이는 게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기후 스마트농업 기술시장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이 모든 게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접근방법의 혁신 역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을 더 열심히 한다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탄소중립과 식량안보, 그리고 농업구조변화와 스마트농업까지 모든 걸 동시에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10년 안에. 가능할까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어떻게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 행동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