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채 부담 커 … 대규모 부양 어렵다"
주민 전 국제통화기금 부총재 진단
"구조적 문제 해결에 초점 맞출 것
주민소득 늘리고 안전망 구축 필요"
중국 정부가 현재 침체된 경제 회복을 위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9일 중국 텐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뉴챔피언스 연차총회에서 주민 전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중국 정부가 더 많은 경기 부양 정책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지만 이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주 전 부총재가 중국이 올해 경기 회복세가 꺾이면서 적당한 수준의 부양책만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의 합창단에 합류했다면서 중국의 소비자 지출은 둔화되고 가계와 기업의 신뢰도는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이번달 정책금리를 인하해 추가 부양에 대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당국은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 발표를 미루고 있다.
주 전 부총재는 "이미 매우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을 포함해 중국의 선택을 제한하는 몇가지 요인을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성장 둔화로 인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55조달러 (약 7경원) 규모의 은행 시스템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주 전 부총재는 어떤 정책이 나오든 거시경제적인 문제보다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커위 런던정경대 교수 역시 블룸버그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의 '자원 제약'이 대규모 부양책을 실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 교수는 "경기 부양을 위한 여지는 충분하지만, 문제는 부양 효과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의 중국 경제에 적당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수조위안 이상의 대규모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중앙값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2023년 4분기에 정책 금리를 0.05%p만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중국 정부가 소비자를 위한 세금 감면을 시행하고 국책 은행을 통해 인프라 투자에 대한 자금 조달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은 이전의 경기 침체기에 비해 팬데믹 기간 내내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인민은행은 2008년과 2014년 경기 침체기에 비해 최근 몇년 동안 기준금리를 훨씬 작은 폭으로 인하했다.
2008년과 2014년 침체기에는 재정 지원도 대규모로 이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중국은 인프라, 주택 및 기타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4조위안 규모의 재정 패키지를 발표했다. 당시 이 금액은 GDP의 1/5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2014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침체와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한 당시 중앙은행은 '판자촌 재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정책 은행에 3조위안 이상의 저비용 대출을 제공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헬리콥터 머니'에 비유한 이 프로그램은 부동산 판매와 건설을 촉진한 대신 부채와 주택 가격을 폭등시켰다.
중국은 궁극적으로 신뢰 격차를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주 전 부총재는 정부가 올해 주민 소득 증가율을 GDP 성장률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연금과 의료 서비스를 개선해 더 나은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많은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