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맞춤 '분산형 홍수관리 시스템' 강화 필요
기관간 유기적 정책 집행 미흡
도심 침수예보 법적 근거 없어
"대심도 터널이나 대규모 배수펌프장 등으로는 최근 홍수 피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돈이나 시간이 많이 들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일도 쉽지 않죠. 분산형 홍수 관리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6월 27일 장석환 대진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분산형 홍수 관리 시스템으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도심침수 피해는 △강물이 제방을 넘어오는 것처럼 외수범람으로 인한 침수피해 △하수도나 배수로 등의 빗물이 강으로 배수되지 못하는 내수범람으로 인한 침수피해 등으로 나뉜다.
장 교수는 "요즘 강수 패턴이 국지성 혹은 게릴라성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로 한번에 해결하는 식의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어린이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 등지에 지하저류조를 설치하는 식으로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소규모 다목적 저류지를 다양하게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좁은 지역에 강한비(시간당 30mm 이상 호우)가 내리는 현상이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강한비가 내리는 경우가 2015년 1.3일에서 2020년 3.6일로 늘었다.
◆2021년 관련 법안 발의, 국회 계류중 = 지난해 8월 8일 서울 관악구에는 시간당 140mm를 초과하는 집중호우가 내려 도림천이 범람하고 인근 도로와 반지하주택 등이 침수됐다. 도림천의 경우 비가 내릴 때 수위가 급격히 변해 돌발 강우 시 관련 지방자치단체에서 침수 위험을 사전에 판단하고 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는 5월 15일부터 인공지능(AI) 홍수예보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6시간 예상강우를 활용해 △도림천 수위 △하천범람 또는 하수도 역류로 인한 침수범위 등을 예측해 관악구청에 위험정보를 사전에 제공한다.
환경부는 도림천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전국단위 AI 예보 플랫폼을 연말까지 구축해 내년 홍수기부터 전국 223개 지점에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관련 전문 인력 확충은 물론 근거법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6월 28일 환경부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황"이라며 "다른 부처와 의견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협의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9월 1일 노웅래 의원은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도시하천(도시지역을 관류하거나 인접해 흐르는 하천) 중 도시화에 따라 통상적인 홍수관리대책으로는 해당 도시하천 유역의 침수피해예방이 곤란한 하천을 특정도시하천으로 지정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유기적인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특정도시하천 유역의 침수피해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제반 사항 규정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를 위한 시행절차 간소화를 통해 사업 효율성 확보 뿐만 아니라 신속한 사업추진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조기에 보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간당 30mm 이상 '강한비' 증가 = 최근 기후변화와 장마를 연관 짓는 해석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최근 강수 패턴 변화를 직접적으로 연관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6월 30일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철 주로 중부지방에서 정체전선이 활성화돼 중부지방과 남부지방과의 강수량 차이가 532.5mm로 1973년 이래 가장 컸지만 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지 등 다른 요소들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며 "최근 시간당 30mm 이상의 강한비가 내리는 일이 증가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국기후변화평가보고서 2020'에서는 "한반도 여름철 강수의 경년 변동성의 강도와 이를 결정짓는 주요 인자 역시 변화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한반도 지역의 기후 변화로 인한 강수량 변동성의 변화는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반도 수증기량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수증기속의 변화는 그 경향성이 뚜렷하지 않은데다 한반도 내의 증발산 변화에 관한 연구가 극히 드물고 지역에 따라 경향성도 상이해 일관된 결론을 도출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명확한 과학적 진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각종 예방 시스템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이 제대로 현장에서 집행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 교수는 "각 기관별로 홍수 피해 복구나 예방 대책들을 수립했지만 유기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역 맞춤 정책을 전체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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