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권 신용등급 하향 … 하반기에도 부정적 전망 높아

2023-07-04 10:58:09 게재

부동산 PF, 실적 좌우할 중요한 변수

증권·할부리스·부동산신탁·저축은행

고금리에 한계차주 ↑, 자산건전성 ↓

부동산 경기 악화 지속으로 건설사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하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PF) 대출 비중이 큰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금융업권의 신용도 함께 하향 조정됐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고금리 영향으로 대출채권 연체율 상승이 본격화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저축은행, 9년 만에 적자전환 = 4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업권의 신용등급은 장기 등급·전망 상향 4건, 하향 6건으로 하향조정이 더 우세했다. 상향 조정은 할부리스 현대캐피탈(AA →AA+), 부동산신탁 우리자산신탁(A-→A),렌탈 SK렌터카(A→A+) 등 3곳이다. 반면 하향조정이 발생한 업종은 증권(BNK투자증권 1개사), 할부리스(롯데캐피탈 1개사), 저축은행(OSB저축은행 1개사), 렌탈(롯데렌탈 1개사) 등이다. 상향조정 사유는 모기업 또는 자체 실적개선, 하향조정 사유는 실적저하 또는 계열지원능력 약화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본부장은 "금융업권의 업종별 차별화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통화정책 긴축강화로 시중금리가 급격히 상승해 경기가 둔화된 데 따른 결과"라며 "하반기에도 대출채권 연체율 상승 속도가 지속된다면 대응능력이 열위한 금융회사 신용등급은 하방압력이 높아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업권의 수익성 또한 업종별로 차별화가 뚜렷했다.

올해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의 수익성이 여전히 양호한 가운데 증권의 실적이 반등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할부리스,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4개 업종은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저하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에 업계 전체적으로 순손실을 기록하며 2014년 이후 9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신용카드, 할부리스, 저축은행의 실적저하는 고금리로 재조달한 자금의 이자비용 반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대출채권의 연체율 상승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연체율 상승속도가 가장 빠른 저축은행업계는 이에 대한 선제적 대비 차원에서 최근 1년 6개월간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했다"며 "그럼에도 하반기에 이러한 속도의 연체율 상승이 지속된다면 대응능력이 열위한 금융회사의 신용등급은 하방압력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채의 역습 … 대출채권 연체율 높아 = 최근 시장금리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캐나다와 호주처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가 다시 인상하며 긴축기조를 재가동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미국 또한 두 번의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의 추가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은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최상위 수준이라 당분간 유의미한 긴축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본부장은 "올해에는 신용위험 확대와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 저하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는 소득 대비 과도한 수준으로 부채가 증가한 후 금리가 상승할 때 시작되는 전형적인 '부채의 역습'"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업권은 호황기에 선제적으로 적립해놓은 대손충당금에 대주주의 추가 유상증자를 더해 자산건전성 저하 압력에 대응하고 있다. 앞으로 거세지는 부채의 역습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는지가 중요한 과제다. 하반기에도 이러한 속도의 연체율 상승이 지속된다면 대응능력이 열위한 금융회사의 신용등급은 하방압력이 높아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하반기 신용등급 방향성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통화정책의 변화 △부동산 PF의 연착륙 여부 △자산건전성 저하 정도를 꼽았다.

그는 "부동산 PF는 금융당국의 정책지원과 대주단 협약 가동으로 고비를 넘겼으나 아직 연착륙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브릿지론은 고금리가 지속 중인 상황에서 사업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고, 만기연장을 무한정 해줄 수도 없기에 하반기에도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져(위험노출금액)는 상환순위, 투자지역, 용도 측면에서 타 금융업종보다 위험도가 높다. 이 본부장은 "부동산 PF에서 부실이 확대되면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미국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초대형 증권사의 익스포져가 큰 해외대체투자도 리스크가 작지 않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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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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