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붕괴·침수피해 잇따라
집중호우에 1명 사망, 1명 실종
서울선 첫 '극한호우' 긴급문자
11일부터 전국에 내린 비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피해도 속출했다. 12일에도 남부지방에 시간당 30~60㎜가 내리고 있고, 오후에는 수도권·충청권·제주도에, 저녁에는 남부지방에 다시 비가 내릴 전망이어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오후 3시 34분쯤 부산 사상구 학장동에서 68세 여성이 불어난 학장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 여성과 함께 고립됐던 2명 중 1명은 스스로 대피했고, 다른 1명은 소방에 의해 구조됐다. 이날 오전 9시쯤에는 경기 여주시 창동 소양천변을 산책 중이던 75세 남성이 실종됐다. 이 남성은 오후 1시 26분쯤 실종 지점으로부터 100여m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원 원주와 경기 광주에서는 주택 6채가 침수됐고,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일대에서 집중호우와 만조시간이 겹쳐 해안가 저지대에 주차돼 있던 차량 7대가 침수됐다. 대구 북구에서는 철거현장 담벼락이 붕괴돼 주변에 주차해 있던 차량 29대가 파손되기도 했다. 광주 북구에서는 어린이집 천장이 일부 파손됐다. 부산 수영구에서는 11일 오후 3시 52분쯤 정전사고가 발생해 아파트 220세대가 피해를 입었다. 이 밖에도 집중호우가 내린 수도권과 남부지역 곳곳에서 주택과 상가 도로 등의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 성동·구로·동작·관악·강동, 부산 동구·연제, 광주 서구, 경북 상주·칠곡 등에서 33세대 52명이 침수우려 등으로 일시 대피했으며, 이 가운데 24세대 42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지하철 1호선이 집중호우로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11일 오후 3시 56분쯤 시간당 65㎜의 집중호우가 내린 탓에 관련 규정에 따라 경부선 금천구청역~영등포역 구간 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열차운행은 오후 4시 12분쯤 재개됐다.
곳곳에서 도로와 하천을 통제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부산·경기 등 5개 시·도에서 도로 19곳이 통제 중이다. 대전 55곳, 서울 27곳 등 11개 시·도 153개 하천변도 수위가 높아지면서 출입이 통제됐다. 이 밖에도 전국 88개 둔치주차장과 지리산·계룡산 등 17개 공원 455개 탐방로가 통제 중이다.
한편 이번 집중호우로 서울에서 처음으로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는 시간당 50㎜와 3시간에 90㎜의 비가 내릴 경우 기상청이 긴급재난문자를 직접 발송한다. 극한호우 재난문자는 지난해 8월 8일 중부지방 집중호우를 계기로 도입됐는데, 이날 서울에서 처음 발송됐다.
지난해 인명 피해가 집중됐던 반지하 침수 피해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 가정내 하수구 역류 등으로 부분적 피해가 발생했지만 집이 잠기는 등 대형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반지하 침수는 이번 폭우의 최대 걱정거리였다. 지난해 큰 피해가 발생했지만 침수 방지시설 설치나 이주 대책 모두 성과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본격 장마철이 다가온 지난달 말까지 물막이판이 설치된 반지하 가구는 침수우려가구 중 31%에 그쳤고 주거이전 비율도 취약가구 기준으로 8%에 머물렀다.
이처럼 침수방지설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서울시와 자치구가 택한 비상대책 '동행파트너'가 효과를 거뒀다. 시간당 50㎜가 넘어가는 등 비 상황이 심각해지자 동행파트너 역할을 맡은 공무원들이 취약가구들에 안부전화를 돌렸다. 평소 침수위험이 높거나 거동이 불편한 세대는 직접 방문해 상황을 살폈다.
한편 9일부터 12일 오전 5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경기 광주 191.5㎜, 서울(성동구) 162.5㎜, 강원 원주 162.5㎜, 충남 공주 148.5㎜, 인천 부평 134.5㎜, 부산 해운대 120.5㎜ 등이다.
행정안전부는 11일 오후 3시 40분 중대본 2단계를 가동하고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1만2807명이 비상근무를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