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존엄사' 법제화, 전문가 찬반 '팽팽'

2023-07-13 11:02:46 게재

인권위 첫 토론회, 법안 발의 1년째

의사조력사망, 이른바 존엄사 합법화를 두고 전문가들이 팽팽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2일 '조력존엄사(의사조력사망)의 인권적 쟁점과 대안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행정부는 아니지만 정부 기관이 주도하는 토론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력존엄사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환자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의학적으로 더 이상 회복하기 힘든 경우 심폐소생술이나 승압제와 같은 약물 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연명치료거부가 도입된 이후 존엄사(안락사) 도입 논의가 이어졌다.

연명치료의 경우 장기간 의식이 없는 등의 경우지만 조력존엄사는 말기 암환자 등이 극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해 가족이나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숨을 거두는 것을 말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조력존엄사를 허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초기에 안락사와 존엄사 등으로 불렸지만 의료진 등 제3자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사조력사망, 의사조력자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입법 논의 과정에서 조력존엄사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각종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관계기관의 찬성률이 높아졌다"며 "정부, 의료계, 종교계 등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스웨덴 등의 의사도 조력사망에 찬성하고 있고 국내 의사들도 생각이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 안규백 의원(더불어민주당)실의 이정효 보좌관은 "조력존엄사는 생명을 경시하는 것이 아닌, 극단적인 고통과 절망 속에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고자 하는 말기 환자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제도"라면서 "신중하고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존엄한 죽음을 존중하는 것이 목표"고 주장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고통보다 의료비 때문에 죽음을 선택해서는 안되고, 생명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박은호 카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은 "발전된 국가는 물질적 풍요만을 누리는 국가가 아닌 모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며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쉽게 삶을 포기하거나 도구화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락사와 의사조력사망을 법제화하는 것이 인권 향상과 국가발전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율리 도쿄대 박사는 "의사조력사망을 허용한 국가들은 제한적 허용에서 청소년과 어린이, 신생아까지, 말기 암환자에서 정신질환자 등으로 확대했다"며 "일부는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는 지적장애나 자폐를 이유로 의사조력 자살을 권유받은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석배 단국대 법대 교수는 "의료비 때문에 가족이 연명의료 중단을 요청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비 걱정 없이 연명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토론회를 시작으로 조력존엄사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다면 별도의 실태조사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별도 조사 등을 거친 후 조력존엄사 입법 등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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