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기술진흥원 | 기술농업으로 미래 먹거리시장 연다

가려움 안타는 옻 진액 상용화 … 발효기술로 해결

2023-07-13 11:44:19 게재

농촌진흥청, 옻 독성 우루시올 제거기술 이전

항염 항균 항산화 작용 입증, 약 안먹고도 섭취

복날을 맞아 보양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위를 이기기 위해 먹는 삼계탕이나 백숙이 대표 음식이다. 백숙을 먹을 때 옻을 넣을지 주문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옻나무 수액인 옻에 우루시올이라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어있어 흔히 "옻이 오른다"고 하는 가려움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지용우(왼쪽) 옻가네 대표가 제천 바이오 2공장에서 참옻 발효진액 생산라인에서 작업반장과 제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농업기술진흥원 제공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옻 제품에 대한 시도가 최근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2010년부터 꾸준히 연구해온 이 과제는 현재 기업체에 기술이전돼 상용화됐다. 충북 제천에서 옻 음료를 생산하는 '옻가네'는 2015년 농촌진흥청의 기술특허 '식품소재용 발효옻 추출물의 제조방법'을 이전받았고 2019년에는 농업기술진흥원 시제품 개발지원을 받아 시장에 안착했다. 5일 충북 제천의 옻나무 재배단지와 옻가네 생산공장을 찾았다.

◆옻 독성 제거 기술이 핵심 = 충북 제천시 봉양읍 구봉리 국사봉 자락에서 25년째 옻나무를 재배하는 이 준씨는 올해 새로 4500주를 심었다. 기존 2만주를 더해 뒷산 일부가 옻나무 밭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용우 옻가네 대표는 이곳에서 옻나무를 계약재배한다. 올해 옻나무 10톤을 이곳에서 사들였다.

이곳 옻나무는 잎에만 닿아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잎을 따자 흰 수액이 흘러나왔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우루시올이 함유된 진액이다. 옻나무는 외부 환경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독성이 강한 수액을 가지고 있는데 이 수액이 항산화 항염 항균 작용을 한다.

지 대표는 1996년부터 옻가공을 해왔지만, 알레르기 유발 물질인 우루시올 제거에 성공하지 못하던 차에 농업기술진흥원의 기술 이전 사업을 접하게 된 것이다.

지 대표는 "옻의 효과는 역사적으로 검증됐는데 알레르기를 유발시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천 국사봉 인근 숲에서 자라고 있는 15~17년생 옻나무.

옻은 독성 때문에 식품위생법상 유독성물질로 분류돼 식용으로 판매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백숙집에서 판매하는 옻닭이나 옻오리는 옻나무 자체가 절단돼 들어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불법인 셈이다. 이를 별도로 단속하지는 않지만 합법적인 옻진액을 넣어 백숙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 대표는 독성을 제거한 제품의 경우 식품원료로 쓸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았다. 액체 형태로 판매되는 옻진액은 백숙은 물론 삼계탕 등에 넣어 먹으면 별도의 알레르기 약을 먹지 않아도 옻이 오르지 않는다.

◆약재로만 쓰던 옻, 진액으로 사용 = 충북 제천의 바이오단지에 자리잡은 옻가네 2공장. 3톤 탱크 4개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 2021년 준공해 직원 100여명이 참옻 발효진액을 비롯해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한다. 옻가네는 지난해 2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40억원이 옻진액 관련 제품 매출이다.

옻진액이 시장에 자리잡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한다. 지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불량식품 전쟁을 벌이자 주변에서 옻을 불법 판매한다는 신고를 해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지 대표는 "옻은 약재로만 쓸 수 있고 식품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며 고발했다.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고 항변해도 소용없었다"며 "결국 무죄를 받고서야 옻진액이 유독성 식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전했다.

지 대표는 옻을 한국 대표 건강기능식품으로 키워야 한다고 설파했다. 옻은 중국에서 본초강목 등에 의해 약재로만 일부 쓰이고 있을 뿐 활용하는 국가가 거의 없다.

제천 한 옻나무 재배단지 옻나무에서 진액이 흘러나오는 모습.

홍삼에 비해 기능이 뒤처지지 않지만 쉽게 음·복용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는 것은 현실적 한계다. 지 대표는 "여러 임상에서 옻이 여성에게 특히 좋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보양식이 아니라 평소에 건강기능식으로 집에서도 음복용할 수 있는 제품을 다양화해 시장에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옻나무 재배 면적 10배 이상 증가 = 옻나무는 4000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재배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적으로 위장질환 혈액순환 심장질환 부인과질환 등에 효과가 있어 고려시대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용돼 왔다.

동의보감에는 '피가 뭉친 것을 잘 풀어주고 장을 잘 통하게 한다'고 쓰여있다.

그러나 옻나무는 수포 발진 가려움증 등을 동반하는 알레르기를 유발시키기 때문에 현대에 들어 그 사용처가 축소돼 닭이나 오리 등의 조리시에만 사용돼 왔다.

1990년대 옻나무가 항염증 항암 항균활성 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과학적으로 밝혀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옻 재배면적은 2002년 대비 2010년 10배 상승했고, 옻 가공업체도 증가하는 추세다.

제천=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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