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제방 붕괴 예측 못했나" 분노
보강공사하는데 교통통제 안해
충북도·행복청 "폭우 예상 넘어"
"어떻게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강 미호천교 공사 현장에서 만난 이 모(61)씨의 한탄이다. 미호천교 공사현장은 궁평 제2지하차도를 덮친 미호강 강물이 범람한 임시제방이 있던 곳이다. 지하차도와 불과 300여m 떨어져 있다.
이씨는 "강위에 떠 있는 건설장비를 봐라. 이곳에서 물이 제대로 흐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사고 당일 오전 건설현장 제방을 보강하겠다고 나와 공사를 했는데 그것으로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15일 궁평 제2지하차도 참사가 일어나기 직전 건설 중인 새 미호천교 밑에선 한참 임시제방 보강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강물이 넘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지점은 미호강 지류와 본류가 만난다. 사고 당시 상류보다 강물은 훨씬 불어났다. 미호강은 금강으로 흘러가는데 금강마저 이미 많은 물로 범람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강물은 불어났는데 빠질 곳이 없었다.
미호천교 임시제방은 장마를 대비해 쌓은 둑이다. 하지만 기존 다리는 제방에 걸쳐 건설된 반면 새 다리는 고가 형식으로 길게 뽑으면서 이곳 임시제방은 다리 밑으로 만들어져 다른 제방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미호강 물은 이 허술한 임시제방을 단숨에 무너뜨리고 농경지를 지나 궁평 제2지하차도를 덮쳤다.
15일 사고 직전 한쪽에선 허겁지겁 보강공사를 하고 있는데 바로 옆 지하차도엔 아무런 통제가 없었다. 금강홍수통제소에서 경고를 했지만 청주시와 충북도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사이 747번 급행버스는 다른 통제도로를 우회해 제2지하차도로 향했다.
지하차도 수색현장에서 만난 주민 방 모(63)씨는 "지하차도로 들어가는 도로를 막았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씨는 당시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충북도 등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밤에 지하차도 안에서 달리던 화물차에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그 때는 양쪽으로 10㎞ 전방부터 통행을 통제했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관계기관들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주시는 교통통제가 자신들의 권한이 아니라 충북도라는 점을, 충북도는 대처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을 되풀이하고 있다.
미호천교 건설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행복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장마 대비로 임시제방을 쌓았는데 교량 밑으로 쌓다보니 높이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임시제방 높이는 100년 빈도 홍수위보다 1m 높았다. 그런데 강물이 그 높이를 넘어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숨진 사망자는 오전 8시 현재 13명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