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건설 공론화, 사회갈등 우려

2023-07-18 11:38:11 게재

문재인정부 탈원전정책 반면교사 … 계속운전으로 전력수급안정 꾀해야

윤석열정부가 신규 원자력발전(원전) 건설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있어 에너지문제가 또다시 사회갈등요인으로 비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공사에 착수한 원전을 강제 중단한데 이어 기존 정부가 수립했던 원전건설 계획까지 취소해 국가전반적으로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2023년 제4차 전력정책심의회를 개최하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2024∼2038년)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이 자리에서 "신규 원전 도입 등으로 비용효율적인 전원믹스를 구성하는 합리적인 전력 공급능력 확충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창양 장관도 10일 열린 에너지위원회에서 "수요증가에 대비한 안정적인 전력공급 능력을 갖추기 위해 원전·수소 등 새로운 공급여력 확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규 원전 계획 필요성을 잇따라 공식화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 구상대로 내년 상반기 확정할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계획이 포함된다면 2015년 7차 전기본(신한울 3·4호기) 이후 9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기는 셈이다.

정부는 2년 주기로 향후 15년에 걸쳐 적용될 전기본을 수립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력수급 전망, 발전 및 송변전 설비계획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그만큼 전기본 계획은 신중해야 하고, 계획에 반영되면 정책 일관성을 위해 정부가 바뀌어도 추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정부가 에너지 특히 원전문제를 정치화하고 국민 편가르기를 부추겼다고 지적받는 것은 이러한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정권 출범 한달만에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며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말한 후 실행에 옮겼다.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비유하며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논란을 키웠다.

또다른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원전을 축소하더라도 전기본에 반영된 원전은 계획대로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줄여나갔으면 원전문제가 이처럼 정쟁도구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러한 논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현 정부도 신규 원전 건립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계획이 담겨도 실제 준공하기까지는 약 20년 이상 소요된다"며 "최근 건설하는 원전의 설계수명이 60년인 점을 고려하면 대략 2050~2110년 가동할 원전을 지금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전력수요 전망이 2050년까지 나와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이후 가동할 신규 원전 건립을 서두르면서까지 논란을 키울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대신 건설 재개에 나선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적기 준공과 운영 허가기간이 끝나는 원전의 계속운전(수명연정)에 주력한다면 전력의 안정적 공급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30년 이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10기(설계용량 370MW)에 이른다. 이중 고리 2호기는 올 4월 설계수명이 만료됐지만 계속운전 절차가 늦어져 현재 중단된 상태다. 안전성평가와 주민의견수렴 등을 거쳐 운영변경허가 신청을 했지만 향후 남은 절차를 고려하면 빨라야 2025년 6월에야 재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2년 이상을 멈춰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부 전직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원전은 국민과 기업들이 값싼 전기를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이고, 산업발전을 일구는데 기여해왔다"며 "이산화탄소 배출도 거의 없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원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대한 문제는 첫단추도 꿰지 못하고 있고, 안전성 논란은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라며 "2030년까지 수명만료되는 원전 계속운전을 통해 전력수급에 안정을 기하돼 신규원전 추진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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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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