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환경부 책임론' 거론했지만 행복청(국토부 산하) 1차 수사대상
금강청 "행복청, 필요한 허가 안받아" … 행복청 "제방 축조하라는 회신 받아"
경찰, 현장검증 결과 전문가 분석 의뢰 … 목격자 조사 마치고 관련자 소환 준비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발생한 수해 사태와 관련, '환경부 책임론'을 거론했지만 정작 14명이 희생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1차적 책임에 대한 경찰 수사는 국토교통부 산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으로 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9일 오송 참사와 수사와 관련 "다른 부처도 수사 대상이지만 제방붕괴와 관련해서는 행복청이 우선"이라고 했다.
행복청은 미호강 다리 확장공사를 위해 기존의 자연제방을 허물 때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금강청)의 사전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 발언은 하천 준설 미흡 등을 염두에 두고 '물 관리 전반이 허술하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자칫 경찰 수사방향에 영향을 미칠수 있어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18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최근 발생한 수해 사태와 관련,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물관리 업무를 제대로 하라. 제대로 못 하면 국토부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환경 보호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행복청은 18일 미호강 제방 철거와 관련해 "어떠한 불법행위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행복청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송-청주(2구간) 도로공사와 관련해 기존 자연제방 일부 철거, 임시제방 축조 등 공사의 모든 과정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부 전 고위 관계자는 19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2022년 하천업무 환경부 이관 후 '관리 안된다' 소리가 듣기 싫어서 홍수 때 꼼꼼하게 점검했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공사는 하천점유허가를 둘러싸고 공방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행복청은 '기존공사라 허가가 필요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금강청은 '기존허가에 없는 내용이라 새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했다.행복청이 허가가 필요없다는 법해석을 해 실제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는 "미호강은 국가하천이기 때문에 환경부(금강청) 관할은 맞다. 물관리일원화가 후퇴하는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된다"고도 했다.
◆공사 관계자부터 소환조사 예정 = 19일 경찰에 따르면 수사전담팀을 꾸린 충북경찰청은 23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본격 시작했다. 우선 침수의 원인을 제공한 미호강 임시제방 유실 책임소재를 밝히는데도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수차례 홍수경보에도 지하차도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와 책임 소재, 지하차도 관리 부실 등도 집중 조사 대상이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날 지하차도 침수 차량에 대한 감식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제방 일대를 현장 감식했다.
수사팀은 우선 미호강 임시제방 공사 배경과 붕괴 경위 등 조사를 위해 공사 관계자들을 소환할 계획이다.
수사팀은 1차 현장검증 결과를 전문가들에 의뢰해 붕괴 원인을 찾고 있다. 또 붕괴 장면을 목격하거나 촬영한 시민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고, 주변 차량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특히 수사팀은 관련 기관들로부터 임시제방과 관련 서류들로 임의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19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침수 원인을 제공한 제방붕괴는 주요한 수사 대상"이라며 "참고인 진술, 영상과 문서 등 관련자료를 꼼꼼히 분석해 관련된 기관과 담당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공방 점입가경 = 임시제방 공사와 붕괴를 둘러싼 정부기관 간 책임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행복청과 금강청은 지난 6월 9일 미호천교 임시제방 공사와 관련해 협의 공문을 주고받았다. 이 문서에서 행복청은 '임시제방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알렸고, 금강청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축조해라'라고 회신했다. 행복청은 이후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임시제방 공사를 진행했다.
금강청은 행복청이 임시제방을 쌓는 데 필요한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행복청이 '하천점용허가'는 받았지만, 임시제방을 설치할 경우 기존 허가의 변경을 신청했어야 했는데 이런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 금강청의 설명이다. 반면 행복청은 6월 9일 공문에 '임시제방을 축조하라'는 회신을 받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금강청이 공문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축조하라'고 회신한 만큼 임시제방 허가도 받은 것이 행복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금강청은 "행복청이 임시제방 공사의 안전성 확보 방안을 협의해 오지 않았다"며 재반박하고 있다.
◆누더기식 국가하천 치수 관리권 = 이런 가운데 누더기식 국가하천 치수 관리권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강 최대 지류인 미호강은 국가하천이다. 발원지인 음성 망이산부터 진천 구역까지만 지방하천에 속한다.
미호강의 치수권은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에 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하천법에 따라 금강 본류를 제외한 지자체 통과 구간을 해당 지자체에 위임한다. 미호강의 경우 금강유역환경청이 충북도에 위임하고, 충북도가 청주시에 재위임하는 형식으로 관리된다.
하지만 제방이 무너진 구간은 다르다. 2018년부터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하천점용 허가를 받았다. 공사와 관련한 권한은 행복청이, 그 외 제방 관리 등은 금강유역환경청이 맡는다.
홍수기를 앞두고 제방 점검망이 제대로 가동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천 제방은 관할 지자체는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점검을, 2년에 한 번씩 정밀안전점검을 실시한다. 하지만 관리권이 행복청에 위임된 미호천교 공사 구간은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