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도 탄소중립 접목

2023-07-21 10:40:03 게재

은평구 '세제 정거장'

애경산업 물품 후원

"주민들 만족도가 높아요. 세제를 덜어가는 방식이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다들 환경을 살리자고 하면 적극적으로 동참합니다."
세제 정거장을 찾은 김미경 구청장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에게서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은평구 제공


서울 은평구가 노인 일자리 사업에 탄소중립을 접목시켜 눈길을 끈다. 은평구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세제 정거장'을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세제 정거장은 세탁·주방세제를 덜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자리잡고 있다가 재활용 용기를 가져온 기초수급 차상위 등 취약계층 주민들에게 세제를 덜어주는 동시에 탄소중립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 여러 지자체에서 주민들이 일회용품 줄이기 일환으로 유사한 점포를 운영하는데 노인 일자리와 연계한 건 은평구가 처음이다.

은평구는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지난달 1일 애경산업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애경산업측은 앞으로 2년간 은평구에 세탁용 세제와 주방세제 등 5억원 상당 생활용품을 후원하기로 했다.

세제 정거장은 은평구 내 노인복지관과 푸드마켓 등 총 8곳에 설치된다. 환경교육을 미리 이수한 일자리 사업 참여자 18명이 근무하며 이웃들을 돕는다.

은평구는 세제 정거장을 운영하면서 연간 1만2000개에 달하는 1ℓ들이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거장을 이용하는 취약계층 1500가구는 탄소중립서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그만큼 실천에 동참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탄소중립 목표에도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정거장을 준비하는데 어려움도 컸다. 현행 법에는 세제 소분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구는 환경부와 식약처 등 관계 기관에 자문과 협조를 구하는 한편 보건소와 협업한 끝에 간소화된 규정을 마련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세제 정거장 사업을 계기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쓰레기 없애기 운동도 널리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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