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필수의료를 쌀로 보면 사관학교형 의대가 보인다
한국 의료문제 원인은 '혼합진료 허용'
'필수의료를 쌀로 보면 사관학교형 의대가 보인다'라는 긴 제목의 책이 나왔다. 응급의료 필수의료 문제가 터지고 일반인들도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 하는 시기에 나왔다.
일반 의대도 아니고 공공의대도 아닌 사관학교형 의대라는 단어를 썼으니 현재 논의되고 제시되는 주장들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 금방 알 수 있다.
의사인 저자는 우리나라 의료문제의 원인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급여와 그렇지 않는 진료부분의 비급여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혼합진료 허용'에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으로 치료받다가 개인 사보험으로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국민이 상업적인 의료에 노출 될 수 있다. 아픈 환자가 상업적 의료에 노출되면 의료비 증가율이 높아지고 의료재난으로 서민은 보호받지 못한다. 주요국들은 거의 금한다. 조금은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하지는 못한다.
그 결과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의료분야는 고사 중인 반면 미용 통증 비급여는 증가 추세다. 돈 벌기 좋은 곳으로 쏠리고 의사 지망을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준비하는 풍조가 생긴다. 의사는 많다고 하는데 필수의료분야에 진료할 의사는 부족한 상황이다. 저자는 필수의료는 쌀과 같이 국내에서 생산해야 하고 수입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현재 의대에 3058명이 입학하면 필수의료로 가야할 1200명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지금 지원하지 않으면 강제로 가게 해야 할 상황이 됐다"고 밝힌다. 10년 뒤 현재 필수의료의사마저 은퇴하면 전공의 수련도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사관학교형 의대'를 제시한다. 사관학교형 의대를 통해 사교육 문제 일부를 해결하고 지방 소멸 문제에 대응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관학교형 의대의 조건으로 우선 현재 의대 정원 3000여 명 중 필수의료로 예정된 인원을 할애한다. 공무원 신분이 아니면 의사활동을 할 수 없도록 면허증을 포함한 진료 자격을 제한한다. 교육은 현재 교육시스템에 위탁한다. 입학 전형을 단순화하고 사교육 시스템에서 배제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각 지역의 지자체가 선발 위탁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한다. 복무 기간 이전에 관두면 상당한 부담이 되도록 학비의 몇 배를 반환하도록 한다. 위 예외 규정은 없도록 한다 등을 제시했다.
사관학교형 의대를 졸업한 의사는 평균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용 통증 비급여 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공의대와 단순 의사증원, 필수의료 수가 인상은 미용 통증 등으로 의사가 이동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혼합진료 허용과 사보험의 발달 등으로 미용 통증 치료에 의사가 몰리는 것을 막지 못하고 의대정원을 늘리고 의사수를 확보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공공의료기관에 의사수가 좀 늘었다는 면피성 효과만 남을 것이라는 밝힌다.
저자는 대학병원의 의사의 진료를 지원하는 간호사(PA)를 허용하는 것도 부정적이다. 교수인 의사가 은퇴하고 나면 새로운 전문의는 누가 교육을 시킬 수 있는지, PA제도 도입은 연명 시간을 늘릴 뿐 의사부족으로 생긴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진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허실을 현장 경험 속에서 얻은 나름의 해답을 찾아 제시했다. 용어와 비유가 낯설은 면도 있으나 일반 시민에게 한국의료에 대해 새로운 인식과 이해를 심어 주기에는 충분하다. 저자가 제기한 '사관학교형 의대' 모형을 감상하고 실천에 사용할지 선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