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연중 드러낸 여권의 총선전략 … '나쁜 야당론' 통할까
대통령실 "야당, 준엄한 심판", 여당 "민주당을 심판해달라"
여당 중진 "야당 혁신 실패할 것" … '야당 심판론' 작동 기대
야당 혁신하면 '나쁜 야당론' 소멸 … 윤 대통령 지지도 '저조'
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안이 기각된 25일, 여권은 일제히 '야당 심판론'을 외쳤다. 국민을 향해 "거대야당이 잘못하고 있으니 심판해달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은연중에 여권의 내년 총선 전략인 '나쁜 야당론'을 드러낸 것. 여권은 총선이 '나쁜 야당 심판' 구도로 치러지길 바란다. 과연 여권 구상대로 총선판이 펼쳐질까? 정치권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역대 여권의 '야당 심판론' = 25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진 직후 대통령실은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 "이러한 반헌법적 행태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1야당에 대한 '심판'을 강조한 것.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행안부라는 재난 안전을 위한 책임부서가 사실상 6개월간 정지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 결과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한다. 오늘 헌재의 탄핵 기각 전원일치에 대해 국민께서 민주당을 엄중히 심판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며 '야당 심판론'을 재확인했다.
이날 여권의 반응은 내년 총선 전략을 은연중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여권은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총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치러지기 십상이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야당 심판론'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 등 야권핵심부의 사법리스크 △탄핵소추권 남용 등 국정을 발목잡는 세력임을 앞세워 "야당을 심판하자"는 흐름을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사실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야당 심판론'을 부각시키는 건 과거부터 반복되는 전략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정권도 '야당 심판론'을 연일 강조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국회를 심판해달라"고 읍소할 정도였다.
◆'나쁜 야당론' 전망 엇갈려 = 여권이 바라는 '나쁜 야당론'은 과연 내년 총선에서 통할까.
여권에서는 기대가 높은 눈치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최근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이 자기 혁신에 실패할 것 같다. 총선 때까지 지금처럼 몸집만 큰 무능한 야당으로 머물면 '야당 심판론'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총선 승패가 갈릴 수도권에서 (여당에게) 희망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중진의원은 민주당이 '나쁜 야당'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여당이 제1당을 차지할 것이란 시나리오를 내놨다.
반면 여권의 '나쁜 야당론' 전략이 불발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두가지 측면에서다.
우선 민주당이 △사법리스크 해소 △자체 혁신을 통해 심판 받을 이유를 없애는 경우다. 민주당이 어떤 식으로든 '나쁜 야당'으로 낙인 찍힐만한 요인을 제거할 경우 여권 구상은 불발될 것이란 시나리오다. 여권의 '나쁜 야당' 전략은 야당이 혁신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걸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애당초 '반쪽 전략'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여권이 바라는 '나쁜 야당론'보다 '정권 심판론'이 부각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민심이 '나쁜 야당'에 대한 심판 욕구도 있지만, '무능 정권'에 대한 심판을 우선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한국갤럽, 18∼20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는 33%에 머물고 있다. 부정평가는 58%에 달한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외교'(12%) '경제·민생·물가'(9%) '독단적·일방적'(8%) 등이 꼽힌다. 단기간에 극복이 어려운 이유로 읽힌다. '정권 심판론'이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연결된다.
한 여권 인사는 25일 "박근혜정권은 2016년 총선 무렵 국정지지도가 40%대에 달했고, '야당 심판론'도 거셌지만 결국 넘치는 자신감 때문에 '진박(진짜 친박) 공천'이란 과욕을 부리다가 '정권 심판론'을 자초했다. 지금 여권은 박근혜정권 때보다 여건이 좋지 않다. '나쁜 야당'에 자꾸 기댈 게 아니라, '정권 심판론'을 넘어설 국정성과를 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