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호우·지진 … 3가지 재난 동시다발

2023-07-31 11:28:04 게재

주말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10여명

물놀이 익사자 5명, 안전사고 유의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온열질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주말 사이에만 1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하다 숨지는 사고도 5건이나 발생했다. 이 같은 폭염 속에서도 갑자기 내리는 비에 호우주의보가 내리고 지진이 발생하는 등 각종 재난이 중복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폭염 피해 바다로 | 불볕더위가 이어진 30일 오후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인천 연합뉴스


◆온열질환자 '한낮 밭에 나간 노인들' = 질병관리청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12명으로 추정된다. 31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29일 온열질환 환자 73명 가운데 6명이 사망했다. 집계를 시작한 5월 20일부터 누적 질환자는 1015명, 사망자는 10명이다.

질병청 집계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지만 30일에도 사망자들이 속출했다. 경북에서는 오후 2시쯤 예천군 감천면과 문경군 마성면에서 80~90대 노인 2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경북에서는 지난 주말에만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6명으로 늘었다.

이 밖에도 주말 사이 경남과 전북 충남 충북 등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70대 이상 노인들이고, 사망시간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사이다. 대부분 비닐하우스 등 밭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함에 따라 관계 부처 및 지자체와 폭염 상황대응 긴급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온열질환 예방체계를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또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부처에 폭염 3대 취약분야인 고령 농업인, 독거노인, 공사장 야외근로자에 대한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이 더위에 정전까지 =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수도권 곳곳에선 정전 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30일 오전 3시 20분쯤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아파트 2개 단지 1200여세대에 전기공급이 중단됐다가 40여분만에 복구됐다. 이날 오후 6시 15분쯤 서울 도봉구 창동주공4단지 아파트 10개 동 1710세대에도 전기 공급이 끊겼다가 2시간여만에 재개됐다.

앞서 29일 오후 8시 40분쯤 용인시 수지구의 770여세대 아파트에선 변압기 이상으로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 아파트 10개 동 가운데 5개 동은 곧 전기가 공급됐지만 5개 동은 밤새 정전사태가 계속됐다. 같은 날 의왕시의 한 아파트 1600여세대와 수원 장안구 천천동 일대 주택 등 60여세대에도 일시적으로 전기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특히 서울 도봉과 용인 수지에선 정전으로 주민 3명이 승강기에 갇혔다가 소방에 구조되기도 했다.

◆집중호우·지진도 위협 = 폭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진까지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지진은 지난 29일 전북 장수군 북쪽 17㎞ 지역에서 발생했다. 규모 3.5로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59건 가운데 3번째 규모다. 첫 발생 시간은 이날 오후 7시 7분 59초이고, 30여분 후인 7시 43분 규모 1.3의 여진이 발생했다. 이후 추가 여진은 없지만 전북(계기진도 5)은 물론 경남·충남·충북(계기진도 3) 경북·광주·대전·전남(계기진도 2) 등에서도 유감 신고가 있었던 만큼 국민들의 불안감은 상당했다.

실제 지진 피해신고도 7건 접수됐다. 장수군 계남면 호덕리·장수읍 등에서 주택담장과 건축물 균열 5건이, 이웃한 진안군 진안읍에서 아파트 1층 발코니 균열과 외부화장실 벽 균열 2건이 각각 신고 됐다. 다행히 인명피해 신고는 아직 없다.

30일에는 폭염경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호우특보가 함께 발령됐다. 정부도 즉시 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고 산간계곡 하천 등 위험지역 통제에 나섰다. 이날 오후 11시 30분쯤 호우특보가 해제되면서 중대본도 함께 해제됐지만 소나기 등 집중호우로 인한 사고가 우려되는 만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물놀이 안전사고도 유의해야 = 본격적인 휴가철 물놀이로 목숨을 잃는 사고도 다수 발생했다. 29일 오후 부산 영도구 영도하늘전망대 자갈마당 해상에서 물놀이하던 20대 4명 가운데 2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1명이 숨졌다. 이날 오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앞바다에서도 40대 남성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아이들과 물놀이하던 중 떠내려간 튜브를 가지러 바다에 들어가 변을 당했다.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의 한 글램핑장 인근 하천에서도 40대 남성이 물에 빠진 아들을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28일에는 원주시 개운동 치악교 아래 하천에서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숨지고, 인제군 북면 한계리 계곡에서 물놀이하던 20대 남성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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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곽태영 이명환 최세호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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