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판사' 민사신청 업무는 계속

2023-08-01 11:04:23 게재

울산지법, 경찰 수사개시 통보 2주 뒤 징계 청구

8월부터 형사재판 배제 … '솜방망이' 처벌 논란

서울 출장 중 성매매로 적발된 현직 판사가 기존 형사재판업무에서는 배제됐지만 민사신청 업무는 그대로 담당한다. 해당 판사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라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는다. 행정직 공무원과 달리 법관들은 정직 1년이 최고 징계에 해당해 판사직을 유지할 수 있어 '솜방망이' 징계에 대한 논란이 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31일 A판사가 소속된 울산지방법원이 A판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A판사는 8월부터 형사 재판에서 배제되고 가압류, 가처분 등과 관련된 민사신청사건 일부만 담당할 예정이다.

이는 국가공무원법 상 '감사원이나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의 경우 직위해제할 수 있는 공무원과는 다른 대우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해당 법원은 지난달 17일 경찰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를 받고 A판사의 혐의 사실을 인지했다.

통보받은 직후 법원 정기 휴정기가 끝나는 8월부터 형사재판에서 A판사를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전국 법원은 지난달 24일부터 8월 4일까지 하계 휴정기로 일부 사건을 제외하고는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다.

A씨가 소속된 재판부는 1일자로 폐부하기로 결정됐으며 이는 법원의 인력수급 사정, 형사사건 재배당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판사는 지난달 20일까지도 재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판사가 적발된 후 한달가량 재판을 진행한 데다, 법원 역시 피의사실을 인지한 뒤 일주일가량 이를 용인해 '늑장 대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법원행정처는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해당 주에 재판 일정이 잡혀 있던 일부 사건이 진행된 것은 기본 사실관계 조사 절차에 시간이 소요되고 휴정기 직전의 급박한 기일 변경에 따른 절차적 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으며 기일 변경이 어려운 형사사건의 특수성이 고려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28일 경찰로부터 수사 결과를 통보받았으며, 주말이 지난 이날 바로 징계를 청구했다는 게 법원행정처 설명이다.

하지만 법관징계법 상 법관에 대한 징계처분은 정직·감봉·견책 세 종류 뿐이다. 정직과 감봉도 법상 최고 1년 동안만 직무집행을 정지하거나 보수를 줄일 수 있다. 일반 공무원의 경우 파면이나 해임이라는 중징계 처분이 가능한 것과 달리 법관의 신분이 헌법에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르면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A판사에 대한 징계는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법관징계위원회가 열리더라도 A판사에 대한 최고 징계수위는 정직 1년이다. 정직 기간 동안 업무에서 배제되고 그 기간 동안 보수도 받을 수 없다. 감봉의 경우는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기간 동안 보수의 3분의 1 이하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징계 기간이 끝나더라도 해당 법관이 사표를 쓰지 않는한 직을 유지할 수 있어서 '솜방망이' 징계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마찬가지로 성매매로 적발된 현직 부장판사도 감봉 3개월, 2017년 지하철에서 불법촬영을 하다가 적발된 판사 역시 감봉 4개월에 불과했다.

징계절차와 별도로 A판사는 검찰의 수사도 앞두고 있다.

A판사는 6월 22일 오후 4시쯤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조건만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30대 여성 A씨에게 15만원을 주고 성매매한 혐의(성매매처벌법 위반)를 받는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호텔 방에서 여성을 붙잡은 뒤 현장을 떠난 A판사의 신원을 특정해 입건했다. A판사는 업무 관련으로 서울 출장 중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A판사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고,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부장검사 김은미)가 수사를 맡았다.

하지만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국회에서 탄핵소추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지 않는 한 판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 없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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