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김정은정권의 대내 위기관리의 성공과 실패
북한이 첨단위성이라며 쏜 '만리경-1'호가 인양되면서 조악한 '망원경' 수준임이 밝혀졌다. 김정은은 4~5월 두차례나 딸 김주애와 함께 우주개발국을 연거푸 방문하면서까지 왜 이런 가치 없는 장비를 무엇에 쫓기듯 급하게 발사했을까? 이는 북한의 대내 위기관리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일성은 6.25전쟁 이후 '천리마 운동' 등 노력동원을 앞세운 사회주의 경제발전 노선과 냉전 속 중국-소련 사이의 이른바 '등거리 외교'로 실익을 극대화하며 체제를 유지했다.
김정일은 국가 자원을 수령 우상화와 군수경제에 집중하는 '자원 배분의 불균형'으로 민간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1990년대 공산권의 붕괴와 연이은 재해로 최소 100만명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에 직면했지만 군대를 앞세워 체제를 보존한다는 '선군정치'와 때마침 본격화된 남쪽의 대규모 경협을 통해 위기관리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정일은 2008년 뇌졸중이 발병하자 크게 3가지 방향의 3대 세습에 급하게 착수했다. 첫째, 후계자 통치에 유리한 환경 조성으로 2009년 화폐개혁을 단행해 장마당을 철폐하고 그곳에 잠재된 이른바 '블랙머니'를 환수해 국가재정을 확충했다. 둘째, 신속한 후계구도 정비로 노동당 위상을 강화하면서 당시 비주류였던 리영호를 총참모장에 발탁해 군을 통제하고 처남 장성택에게 당 및 경제적 자원 관리를 맡김으로써 선군정치로 과도하게 성장한 군부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며 그 과정에서 천안함·연평도 도발로 위기를 조성해 화폐개혁 이후의 불만을 관리했다. 셋째, 후계자에게 측근 감시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김정은은 세습초기부터 국가보위부장으로서 유력자들을 감시하며 김정일 사후를 대비했다.
건설-군수 분야 대내 선전 집중하는 이유
김정은은 김정일로부터 불안정한 정권, 불완전한 핵무기, 불균형한 경제라는 잠재적 위기 요인을 물려받았지만 지난 10년간 위기를 잘 관리해나가는 듯 보였다. 보위부장 시절의 정보와 이른바 '백두혈통'의 권위를 앞세워 김정일 사후 '선대와 약속한 목표 성과' 달성에 실패한 당·정·군 간부의 계(직)급을 강등-복권하며 감히 저항하지 못하도록 길들였고, 리영호 총참모장 및 장성택 숙청 후 2013년 이른바 '백두산 삼지연 회합'을 통해 김정은 통치 체제의 완성을 공표했다.
그리고 정권 초기 핵탄두는 있으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없어 실질적인 핵 협상력이 없었기에 '괌 포위사격' 위협 등 핵전쟁 위기라는 '블러핑(거짓 협박)'을 통해 시간을 벌었고, 마침내 2017년 미국을 사정거리 안에 넣은 탄도미사일 시험에 성공함으로써 미북 핵 협상 국면을 열었다.
집권 이후 이른바 '인민대중 제일주의'라는 애민정책으로 포장해 주민에게 '조금 더 희생하면,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며 노동력·자원·열정 희생을 강요했지만 제재완화와 경제지원을 가져다줄 미북 핵 협상은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 이후 주민 희생을 한층 더 강요하는 '자립적 민족경제' 선동은 이미 10년여간 착취된 '자발적 희생'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성과는 없고 식량난만 더 심해진 주민들의 상실감을 더 크게 했다.
이에 김정은은 2022년 후반기부터 한미일에 대한 핵·재래식 전쟁 위협을 더 강화함으로써 군사적 위기를 높이고, '남쪽 드라마(말투) 확산' 등 사상이완을 막을 평양문화어보호법과 농민들의 '수확량 축소 신고 후 시장 판매'를 막는 양곡법 시행 등 대내 위기감을 고조하는 동시에, 주민 불만을 흐리기 위해 평양 화성지구 개발 및 무기체계 시험 동향 등 김정은 시대 몇 안되는 발전성과인 건설-군수공업 분야의 대내 선전에도 집중하고 있다.
쫓기듯 발사한 정찰위성도 위기관리 수단
쫓기듯 발사한 정찰위성도, 핵무기 공개 현장에 어린 딸 김주애를 동행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처럼, '김정은이 완성한 미래(김주애) 세대 자주적 삶을 지킬 무기'로 선전하며 '자발적 희생' 강요에 지친 주민 불만을 분산하려는 위기관리의 한 수단이었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정찰위성의 '조악함'이 만천하에 공개되었으니 그 충격은 더 클 것이다. 이럴수록 김정은정권은 '외부 위협 부각→내부 위기감 고조→대내 통제력 강화'라는 위기관리 방안에 더 유혹받을 것이다. 8월 북한의 도발에 촉각이 곤두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