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여론조사 응답률 하락 이유는
"20·30대 여성 조사 어려워 … 정치 양극화 등 영향"
"응답률 불균형성 심화" … 조사결과 편향 커질 가능성 제기
한국갤럽 응답률 한 자릿수, 11년여만에 표본추출방식 변경
전화여론기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후 끝까지 조사에 참여하는 응답률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전화면접조사, 자동응답조사(ARS) 등 조사방식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무작위 전화번호를 생성하는 '무선 RDD(Random Digit Dialing)'방식이나 통신사로부터 가상전화번호를 받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방식 등 표본을 확보하는 방식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응답률 하락세는 뚜렷하다. 공통점은 여성, 20~30대 등의 응답률이 크게 낮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증과 함께 정치 양극화 등의 복합적 영향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여론조사 결과가 편향되게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2012년부터 고수해온 무선전화 RDD 표본추출방식을 11년여만에 지난달부터 무선전화 가상번호 방식으로 바꾸었다. 무작위로 생성된 전화번호를 여론조사에 활용하는 RDD방식은 무선전화가 있는 누구든 조사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고 전체 인구의 14%에 달하는 알뜰폰 이용자까지 들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성과 10~30대의 젊은 층이 전화를 받은 후 끝까지 여론조사를 하지 않고 끊어 버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응답률은 전화로 조사를 시도한 전체 대상자 중 응답자를 의미하는 접촉률과 달리 전화가 연결된 사람들 중 조사를 마친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한국갤럽의 연평균 응답률을 보면 그동안 15~20% 사이를 오갔다. 2012년엔 20%를 찍었고 2014년에 16%로 다소 낮아졌지만 2017년에는 19%로 회복했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응답률 하락현상을 보였다. 특히 2022년에는 11.2%까지 낮아졌고 올 초에는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한국갤럽은 "주요 선거와 국정농단, 탄핵 등 정치적 국면 전후엔 오르내리다가 평년 수준으로 되돌아가곤 했는데 2022년 상반기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10% 내외로 낮아진 응답률이 현재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성 대비 여성, 20대와 30대 조사는 한층 어려워져 주민등록인구 기준 가중 처리시 가중값 배율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며 "무차별적 텔레마케팅과 선거 홍보전, 무분별한 ARS 조사와 왜곡된 해석난립, 정치적 양극화 등이 전반적인 조사환경 황폐화의 원인으로 짐작된다"고 했다.
표본추출방식을 바꾼 후 이달 초(8월 1~3일)에 실시한 한국갤럽의 응답률은 13.7%이었다. 수차례 시도 끝에 7325명에게 전화가 연결됐고 1003명이 끝까지 응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 20대와 40대 응답률이 필요한 비율에 미치지 않아 가중치를 매겨 메웠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가장 최근에 등록한 여론조사 꽃의 조사결과를 보면 여성과 20~30대의 사례 부족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 꽃은 100% 무선 RDD방식으로 표본을 추출해 ARS방식으로 조사를 했다. 18~29세는 173명의 사례가 필요하지만 122명의 사례를 얻는 데 그쳤다. 나머지는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채웠다. 한 명의 대답이 1.4명의 대답을 대표한 것이다. 여성의 경우엔 502명의 사례가 필요한 데 468명의 대답을 받아내는 데 그쳤다.
표본조사에서 가중치를 적용하는 것은 모수추정의 편향을 줄이는 방식이지만 가중치의 크기가 커질 경우엔 오차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정치적 무관심과 편향, 양극화 등으로 응답률이 떨어지고 있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보완하려고 한다"면서 "응답률이 떨어지면 어느 한쪽으로 조사결과를 쏠릴 수 있어 이를 보완하는 해석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나오고 있는 여론조사를 단순히 해석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추세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면서 "어느 기관의 여론조사와 해석이 맞는지는 자신들의 조사방식과 해석을 가지고 내년 총선 직전에 예측치를 내놓고 총선결과로 진검을 가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