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부실 결산' 관행 예고 … 상임위마다 '1회 심사'로 '뚝딱'
16일부터 2주 안에 끝내야 … '요식행위' 전락
정부는 5월 말 국회로 보냈지만 8월 중순에 심사
지난해 집행, 문재인·윤석열정부 겹쳐 '정쟁' 예고
9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 결산심사 계획을 각 상임위별로 짜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위는 이달 25일 전체회의에서 결산안을 상정하고 26일에 예산결산심사소위를 열고 9월 1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16일 결산안을 상정해놓고 25일에 결산심사소위를 연 다음 28일에 전체회의를 열고 결산보고서를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위는 22일에 결산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24일에 예산결산소위를 열어 심사한 후 25일에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보건복지위는 '18일 전체회의 상정→22일 예산결산소위 심사→25일 전체회의 의결' 방안을 제시했다. 기재위는 22일에 상정하고 다음날 예결산소위를 열고나서 25일에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대부분 상정부터 의결까지 1주일만에 끝내는 방안으로 만들어졌다. 심층심사를 담당하는 소위 심사는 단 하루만 잡혀있다.
◆정쟁으로 물들라 = 16일부터 시작하는 8월 국회가 결산국회가 아닌 정쟁국회로 물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실 결산심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각종 현안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수개월 이어져온 국회 운영 후 7월 말부터 20일 가까운 '휴식'에 들어간 거대양당의 정쟁이 '8월 국회'가 열리자마자 상임위에서 쏟아져 나올 기세다.
잼버리 부실 준비와 운영, 교권 침해, 수해 등 안전대비 부실, 일본 오염수 방출 논란, 서울-양평 고속도로 무효화 논란,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한 언론탄압 의혹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추경 논란, 통일부 축소와 우크라이나 지원 논란 등 국내외에 산적한 논란과 의혹들이 8월 국회 첫 날부터 상임위 전체회의 현안질의를 통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 등 사법 리스크와 함께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박영수 전 특검 수사,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2022년도 예산안은 문재인정부에서 짰지만 집행은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가 같이 했다는 점에서 집행실적을 놓고 이뤄지는 국회 심사가 '책임 떠넘기기'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엔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2월말부터 대통령 임기가 시작, 책임소재가 다소 분명한 편이었으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투표일이 3월로 당겨지고 임기가 5월로 바뀌면서 두 정부가 한 해를 같이 책임지는 상황이 됐다. 야당인 민주당이 지난해 예산집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보면 '민주당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정부에 대한 질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결산 외면' = 하지만 부실결산심사의 근본적인 문제는 결산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외면이다. 이는 결산심사기간의 축소로 이어진다. 정부는 5월 31일에 결산안을 제출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7월 말에 분석보고서를 내놨고 상임위는 심사는 정부 제출 2달 반이 지난 8월 중순에 시작할 예정이다. 국회 심사에 주어진 시간은 2주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국회법 128조2에 따르면 국회가 결산에 대한 심의와 의결을 정기회 개회 전까지 완료해야 한다. 정기회는 9월 1일부터 통상 100일간 열린다.
상임위 중심주의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회는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를 거친 후 상임위에서 제출한 예비심사보고서를 토대로 예산결산특위에서 최종적으로 심사하는 절차를 거치게 돼 있지만 현재와 같은 일정으로는 상임위가 열리기 시작하자마자 예결특위가 같이 가동될 수밖에 없다. 이는 예산안 심사때 뿐만 아니라 결산안 심사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상임위 패싱'이라는 지적이 받아왔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은 상임위의 예비심사를 '요식행위'로 치부하고 결산심사를 '표가 안 된다'고 여기는 풍토에 고착되면서 고쳐지지 않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취임 직후 결산심사를 6월로 앞당기는 방안을 주문했지만 임기 내에 지키긴 어려워 보인다. 조의섭 국회 예산정책처장은 "2022년 정부는 코로나 위기의 완전한 회복과 새로운 경제 도약, 재정건전성 회복의 기틀 마련을 목표로 재정을 운용했다"면서 "이에 지난 재정운용의 결과를 검토, 분석하여 그 실적과 성과를 살펴보고 다음 연도의 예산과정에 환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 사무처 고위관계자는 "결산이 제대로 돼야 이를 토대로 예산안을 짤 수 있는데 국회는 예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결산이 비록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등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결산심사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