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적거린 '로톡' 사태 … 국회가 해결하나
2023-08-16 10:55:24 게재
변호사법 개정안 발의 '변협 변호사 광고규정 권한 제외' 담아
국민의힘 '당 입법' 정부와 조율 중 … 민주당 입장 정리 나서
법무부, 7개월만에 열린 징계위서 변협의 변호사징계 판단 미뤄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차원의 입법안 마련을 위해 정부와 조율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좀더 적극적이다. 16일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로톡과 변호사협회 의견을 듣고 당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톡 사태는 2015년 시작됐다. 변호사단체와 로톡의 갈등은 벌써 8년째다. 스타트업계와 벤처업계는 로톡 사태를 대표적인 '기득권 카르텔의 신산업 발목잡기'로 보고 있다. 정부가 해결에 미적대자 국회를 통한 해결방안에 나선 것이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의 김본환 대표는 8월 초 국회를 찾았다. 여야 지도부를 만나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김 대표는 "과거 '타다 사태'처럼 더 이상 뼈아픈 좌절이 있어선 안 된다"며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글로벌경쟁력을 키우기는커녕 국내에서조차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로톡 우호적 개정안 발의 다수 = 현재 국회에는 여러 변호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은 로톡에 우호적이다.
박성준(서울 중구성동구을) 의원이 2021년 12월 로톡관련 개정안을 처음 대표발의했다. 핵심은 변호사 광고규정에 대해 대한변협의 '징계권'을 대통령령으로 정하자는 데 있다. 박 의원에 다르면 현행 변호사법(제23조 제2항 제7호)에는 광고기준과 금지결정을 변호사단체에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를 근거로 로톡 참여변호사를 징계했다. 이에 개정안에는 금지광고 유형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의사 등 타 전문자격사 법률에서는 금지하는 광고유형을 법률과 대통령령에서 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 과도한 자율권이 부여됐다"며 개정안 제안이유를 밝혔다.
이소영(경기 의왕시과천시) 의원도 올 5월 변호사의 '앱 광고를 허용하고 변호사협회의 변호사 광고 규제권한을 축소시키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박 의원과 마찬가지로 그간 변협에 위임해 온 광고규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변호사가 광고할 수 있는 매체에 '온라인 플랫폼'을 포함했다. 그간 변호사 광고는 '신문·잡지·방송·컴퓨터통신' 등의 수단에만 허용돼 왔다.
이 의원은 "불필요한 갈등과 규제를 없애 리걸테크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강조했다.
김영배(서울 성북구갑) 의원도 변호사가 광고할 수 있는 매체에 '온라인 플랫폼'을 포함한 개정안을 지난해 3월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변호사광고의 자유를 확대해 변호사로부터의 법률적 조력을 받을 국민들의 권리가 제한받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개정안대로라면 대한변협과 로톡은 더 이상 다툴 명분이 사라진다.
반면 국힘의힘 소속 의원의 개정안은 변호사협회에 우호적이다. 최근 국민의힘 흐름과 달라 주목된다.
김형동(경북 안동시예천군)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1명은 2021년 7월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변호사 등이 아닌 자들의 변호사 업무에 관한 광고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변호사만 법률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변호사 등이 아닌 자가 광고를 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변호사 등의 업무에 대해 부정확한 광고가 양산되고 이로 인해 법률서비스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개정안 제안이유를 밝혔다.
◆법무부 변호사징계 결정 미뤄 = 스타트업계와 벤처기업계는 국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수년간 지속된 법적 공방에서 명분을 확보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대한변협의 고소·고발이 모두 무혐의로 끝났다. 법무부는 2021년 8월 '로톡은 합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헌법재판소도 2022년 5월 변협이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징계하기 위해 만든 핵심조항들은 일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2월 대한변협과 서울변협에 공정거래위반 시정 명령과 함께 각각 10억원씩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정부 움직임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정한 심판역할을 수행할 정부가 거대 직능단체 눈치를 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지난 7월 21일 4시간 넘는 논의에도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징계한 대한변협의 처분 적절성 판단을 또 미뤘다.
법무부는 징계위 개최에만 무려 7개월 이상을 소요하고도 결국 결정하지 못했다. 법무부 징계위는 대한변협 징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은 날부터 부득이한 사유를 제외하고 3개월 내로 징계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원칙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대한변협 관리감독 기관인 법무부가 계속해 결정을 미루기만 한다면 이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변협이 로톡에 가입한 123명 변호사를 징계한 진짜 이유는 새로운 경쟁이 싫기 때문"이라며 "법조 카르텔을 깨부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로톡은 법률서비스플랫폼으로 로앤컴퍼니(대표 김본환)가 2014년 첫 선을 보였다. 법률정보가 필요한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직접 찾아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온라인플랫폼이다. 로톡은 한국 리걸테크(Legal-Tech) 분야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변호사들은 로톡에 전문변호사로 등록할 수 있다. 등록은 무료다. 변호사는 매달 25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무료등록 변호사보다 검색 상단에 노출된다. 일종의 광고인 셈이다.
2015년부터 대한변협을 포함한 변호사단체는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는 수차례 고소·고발했다. 로톡이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특정 변호사를 소개하거나 알선·유인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변호사협회가 갈등이 8년간 이어지면서 4000여명이던 로톡 가입 변호사 수는 징계 이후 현재 2000여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로앤컴퍼니는 경영악화로 신사옥을 매물로 내놓았다. 직원감축도 진행중이다. 변호사협회와 갈등으로 100억원 가량의 매출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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