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강화방안

"미국 일본처럼 공공병원 20%로 확충해야"

2023-08-22 10:54:26 게재

지방의료원 정상 진료에 의사 3배 늘려야 … "필수보건의료 사관학교 필요"

인터뷰 -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원장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급증으로 만성질환자 증가, 인력과 자원 부족으로 응급-필수의료 붕괴, 지역의료 이용 격차, 5∼6년마다 발생하는 대규모 감염병 유행,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건강위기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체계 이용자 중심 개선과 공공의료 강화라는 시대 과제에 직면했다.
이런 보건의료체계에서 쌓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의료 강화를 기반한 보건의료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해서 18일 국가중앙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주영수 원장에게 대안을 묻고 들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 본부장(2021.2.~2022.1)/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2020.7.~2021.2.)/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2019.12.~2022.5.)/미국 하바드 보건대학원 Takemi Fellow(2005.8.~2006.7.)/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1999.3.~2020.2.)/서울대 대학원 의학 박사(1999)/서울대 의대 의학사(1990)/국민포장(2021) 등 경력이 있다. 사진 이의종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해 전국 공공병원들이 전력을 다했다. 그 한가운데 국립중앙의료원이 있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공공병원이 의료대응에 앞장섰고 오미크론 유행 이전 80% 환자를 맡아 진료하는 등 역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한 전력을 다한 공공병원의 충격은 컸다. 다음 감염병 대응과 지방의료원 정상 진료를 위해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주 원장은 "미국 일본처럼 공공병원 인프라가 20% 정도는 갖춰져야 하고 지방의료원이 정상 진료체계를 갖출려면 지금보다 필수의료 부문 의사 인력이 3배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주 원장은 필수의료 등 인력을 양성하는 사관학교 기능을 갖춘 교육기관 필요성도 제기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공공병원이 큰 역할을 했다. 자체 평가를 한다면?

2020년 초부터 실제 공공병원은 코로나 의료대응에 올인했다. 2020년 초기부터 대구사태 발생 시 전문가들이 각종 장비를 가지고 현장을 다녔다. 청도 정신병원 경우도 현장에 국립정신센터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감염환자들은 국립중앙의료원이 현장관리를 했다. 생활치료센터도 현지 대응전문가들과 같이 만들어 냈다. 동산병원 중환자실 등도 중앙의료원 의사 간호사가 파견가서 대응했다.

수도권 유행시 수도권공동대응상황실을 중앙의료원에 설치해 수도권유행에 본격 대응했다. 상당기간 유행이 수도권 위주로 진행됐기 때문에 사실상 전국차원의 의료대응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2022년 초까지 주요하게 역할한 것으로 기억한다.

중앙의료원이 코로나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병원 전체를 완전히 비운 적이 있다. 2020년 상반기, 2022년 1월부터 5월까지 2차례 코로나환자만 대응했다.

델타변이 유행까지 환자 80%정도 공공병원에서 도맡았다. 하지만 자체 완결적 진료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공공병원은 규모가 큰 병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의료원 평균 병상규모는 200병상 정도이다.

■다음 대규모 감염병 유행 발생시 결국 공공병원이 최일선에 나서게 될 것인데,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5∼6년마다 큰 감염병이 유행했다. 앞으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코로나19 대규모 발생으로 우리는 몇가지 교훈을 얻었다. 초기 대응으로 공공병원 중심의 대응 경험과 전국적 중환자실 병상동원이 필요할 경우 최대 수용가능한 병상을 확인했다. 국민도 감염병에 대해 경험을 했다. 다음 다가 올 감염병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 대응으로 공공병원 충격이 컸다. 3년 동안 의료진이 번아웃되거나 코로나 외 진료영역의 전문의 이탈이 많았다. 공공병원을 운영하는데 경제적 손실이 컸다. 앞으로 다가올 감염병에 전사적으로 대응할 기초체력이 떨어진 셈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는 코로나 대응을 잘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문제는 본인의 전문분야만 조각조각 경험한 일부 전문가들이 자신이 경험한 것만 가지고 의사결정구조에 과도하게 관여하는 것이다. 코로나 대응 3년 전체를 놓고 잘한 점뿐만 아니라 문제점을 발굴하고 보완점을 고민하는 객관화된 평가가 필요하다. 지금은 그런 것이 별로 안 보인다.

■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필수의료 인력 확보 방안을 제시하면?

코로나 이전 상황에서도 필수의료영역의 인력 문제는 있었다. 다만 코로나상황을 겪으면서 더 많이 드러났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공공병원 대응역량 대부분이 감염병에 집중되면서 필수의료영역의 중요성에 대한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또한 코로나 대응 3년 동안 의사 수급을 위한 인건비를 포함 조건들이 급격하게 변했다. 예산과 정원에 한계가 있는 공공병원은 의사 처우에 대한 기본선이 올라가 인력수급이 너무 어렵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응급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응급진료 다음 단계의 다학제적 후속진료 역량이 받쳐주지 못해 생기는 것과도 맞물려 있다.

절대적으로 의사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OECD 통계를 보면 의사수는 OECD 평균의 2/3 수준, 공공병원 병상수만 해도 일본 18%, 미국 22%이나 우리나라는 겨우 5% 조금 넘는다. 5%의 공공병원으로 필수의료의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없다. 절대 양을 늘리고 늘어난 의사가 필수의료 등 적절한 위치에 분포되게 하는 것을 같이 해결해야 한다. 필수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 거점병원의 확대도 필요하다.

■지방의료원 의료인력 확보도 어렵다.

부족한 과마다 인건비를 몇억씩 올리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 200병상 남짓으로는 의료인력·시설·장비를 충분히 갖출 수 없다. 300병상에서 500병상 규모로 높여줘야 하고 그것에 맞는 인력을 추가 지원해줘야 한다.

지방의료원은 필수의료 부문의 의사인력이 1명인 경우가 상당하다. 최선을 다해도 낮 시간대 진료만 할 수 있다.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의료라면 24시간 의사인력이 대기해야 한다. 진료과당 4.8명 정도 필요하다. 4∼5명의 전문의사가 있어야 한다.

■지역 완결적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안은.

대우가 좋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한계가 있다. 단 한명의 어떤 의사에게 혼자 근무하라고 하면 선의로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겠으나 지속가능하지 않다. 대우가 어느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인력 교대가 가능한 조건이면, 공공적 마인드와 사명감을 가진 의사들이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의료원에서 일하겠다는 경우가 꽤 있을 것이다.

■만성질환 관리가 전국적 보건의료사업의 주요과제가 된다. 대안을 제시한다면.

건강수명에 영향을 주는 만성질환관리가 중요하다. 연령대별로 문제가 되는 질환 목록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60대 전후로 고혈압, 당뇨 등 생활습관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심뇌혈관 등 문제, 70대 이상은 골다공증 낙상 골절 치매 등이 건강수명 위험 요인이다. 이러한 연령대별 건강데이터를 가지고 촘촘한 맞춤형 만성질환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과학화 즉 스마트 디지털이 수단이 될 수 있겠다.

■공공의료를 수행할 의사 선발, 교육과 배치는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단순히 의대생 증원 전략만으로 의사의 고른 분포까지 해결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결국 지역 중심으로 늘리는 '편파적 지원 전략'이 더 맞을 것이다. 지역 출신이 해당 지역의대에 뽑힐 수를 더 늘려 수도권보다는 지방 증원 비율이 높이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대를 나온 사람이 그 지역에 남을 확률이 더 높게된다.

의대 증원만으로는 지역 교육훈련 수준을 높일 수 없다. 핵심적인 필수의료영역과 임상정책, 보건학 등 각종 수요를 공급해 줄 수 있는 '사관학교'같은 수준과 기능을 갖춘 공공보건의료 전문가 양성구조도 필요하다. 그 역할을 국립중앙의료원이 해야 된다. 중앙의료원이 중심돼 지역 공공의료기관에 전문인력 수급과 지원을 해야 한다.

■그외 공공병원 강화 방안을 제시한다면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을 중심으로 행위별수가제라고 하는 지불보상제도를 운영하는데 한계가 뚜렷하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개수에 따라 수가가 매겨지는 수익구조로는 공공병원은 운영에 어려움이 생긴다. 공공의료기관은 치료 행위를 무한정 늘릴 수가 없다. 중앙의료원만 해도 입원 환자 25%가 의료급여 수급권자다. 행위별수가제로는 운영이 어렵다.

공공병원은 별도 예산제로 전환해야 한다. 수익은 국고로 귀속하면 된다. 예산에 기반한 체계로 가지 않으면 공공병원은 적자기관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낙인 찍히면 예산지원은 더 줄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공공병원은 국민 누구나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필수의료서비스 제공기관이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행위별수가제, 독립채산제가 아닌 총액제 등 예산기반체계로 가야 한다.

■중앙의료원 비젼과 단기 목표는

2028년 말을 목표로 신축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설계를 시작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진료기능, 공공보건의료 정책기능, 연구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모든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목표다.

지금부터 5년이 중요하다. 역량있는 의료인력 확보, 의료정보시스템 구축도 함께 박자를 맞춰가야 한다. 앞으로 향후 5년 간 정부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국가대표 기관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중앙의료원이 1958년에 건립됐고 신축이전이 완료되는 2028년은 개원 70주년이 된다. 명실상부한 국가중앙병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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